이제 우리 집에도 봄이 오는 거지? 민호는 생각했다. 그래, 지겹고 잔인한 우리의 겨울은 거의 지나간 거야. …사랑이란, 인생이란 미리 정답을 가지고 달려들 일이 아니다. 좀 더 고민하고, 좀 더 아파하며, 좀 더 시간이란 놈과 씨름하는 동안에 저절로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민호는 천장을 쳐다보고 한숨을 쉬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날 밤, 민호는 꿈을 꾸었다. 푸른 초원 위에서 자기가 어느 여자의 손을 잡고 달려가고 있었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하나 힘들이지 않고 달려가고 있었다. 자기 손에 손을 잡힌 여자가 기쁜 듯이 웃으며 고개를 돌려 자기를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