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강추!〉“이나현! 왜 맨날 브람스야? 응?” CD 플레이어의 버튼을 누르며 돌아선 정민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었다. 그 여유로운 미소를 나현은 멍하니 바라보며 자리에서 스르르 일어섰다. 무언가 바닥에 툭 떨어져 내려 고개를 내리니, 그의 검은 양복 재킷이 보인다. 멍하니 상황을 인지해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정민은 슬리퍼를 끌며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중략) 냉정하게 말하자면 내가 그로부터 잠시 버림받았던 게 아니었던가? 우리 집안만 아니었더라면 난 그로부터 구닥다리 건사해야할 애물단지로 완전히 버림을 받았을 테고. 아니, 어쩌면 이런 결합, 있을 수조차 없었을 텐데. 그런 숱한 생각이 오가던 끝에 나현이 그를 향해 물은 것은 이것이었다. “……3일 뒤에 오기로 한 거 아니었어?” “어, 그랬는데, 앞당겼어. 사실 어제 왔었어. 도곡동에 먼저 들러서 하룻밤 자고 이리로 오는 길이야.” “아아.” 잠시 정민이 그녀의 양 눈동자를 웃으며 번갈아 바라보는데 어째 그의 눈동자에 이해할 수 없는 눈물 같은 것이 고이고 있었다. 그가 천장을 향해 잠시 고개를 꺾었다가 얼굴을 내려 그녀의 얼굴을 미간을 모은 채로 유심히 들여다보며 하아, 한숨을 쉬었다. “어떡하지? 나 지금 너랑 하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아.” 정민은 뱃속에 뭉친 단단함이 자신이 겪고 있는 극도의 오르가즘일 수 있다는 사실에 속이 울렁거려 그 기묘한 감정선을 놓치고도 그렇다고 붙잡고 싶지도 않은 이상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하아, 이나현. 우리 그러지 말고, 지금 한 번만 하자.” 송여희의 로맨스 장편 소설 『피아노 너머로 (Beyond the piano) (무삭제판)』 제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