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그는 제 입으로 말하는 그 사고가 벌써 자신 안에서 일어나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껏 관심을 가졌던 이성이 없었다면 당연 거짓이다.
따뜻하다, 뺨에 닿는 체온이. 심장이 떨린다, 넘어지지 않게 잡아 준 손이.
감각세포가 일제히 기립한다, 맞닿은 가슴, 배, 다리에. 그리고,
“이런……, 사고 치셨습니다, 고해명 씨.”
하는, 뺨을 댄 국의 가슴에 울리는 느릿한 말소리에 온몸이 저릿했다.
국이 거칫한 손가락으로 해명의 아랫입술을 꾹 쓸어내린 것은 그 순간이었다.
그의 눈동자가 더위로 붉어진 그녀의 입술에 박혀 꼼짝하지 않았다.
적갈색 눈동자가 옭아맨 시선에서 그녀는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수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