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차인 게 문제였을까, 이별을 드라마로 달랬던 게 문제였을까. 친구를 만나러 가던 중이었는데 왜…… 드라마 속 배경인 앞에서 내려준 거지? 모든 게 낯선 곳에서 전부 나를 알고 있다. 그들에게 난 또 다른 등장인물이었던 걸까. 이왕 드라마에 떨어진 거, 메인 커플에게서 서브 남주를 떼어 놓자고 결심했다. 불쌍한 서브 남주, 내 최애를 돕기 위해서. 그런데 왜 가망 없는 짝사랑에 목매는 녀석이 자꾸 신경 쓰이는 거고,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건 상상하기도 싫을까.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그저 녀석이 내 거였으면 싶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음으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좋아해, 해성아.” “좋아해, 지해성.” 백여준이 날 좋아한단다. “날? 왜? 날 왜 좋아해?”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당연하잖아. 난 이곳에서 녀석의 결말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