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에로 비디오 빌려가잖아요. 우리 대여점에서 강우 씨만큼 많이 빌려 가는 사람도 없다고요.” 여자의 말에 강우는 또다시 누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다 사정이 있어요.” “사정? 에로 비디오 빌리는데 무슨 사정?” “이게 제가 보는 것이 아니거든요?” “에이, 거짓말. 보지도 않을 거면서 매번 왜 빌려요?” “그래요! 우리 누나가 에로영화 감독인데, 모니터 한다고 매번 저한테 심부름 시키는 거라니까요?” “에로영화 감독이요?” “네. 홀딱 벗은 사람들을 카메라에는 담으면서, 쪽팔린다고 자기가 비디오테이프를 빌리러 오지는 못한다고요. 그래서 내가 대신 빌리러 오는 거예요.” “내가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진짜라니까! 왜 못 믿어요? 나는 누나 때문에 질려서 아예 그쪽 영화는 보지도 않아요. 그뿐이야? 여자가 여자로 안 보여서 너무 고민인데.” “여자가 여자로 안 보이다니요?” “집에 가면 누나가 항상 에로영화를 보고 있으니까, 거기에 질려서 무덤덤해요. 그래서 제가 요즘 얼마나 고민인데요.” “오호라, 그럼 지금 나도 여자로 안 보이겠네?” 장난기가 잔뜩 밴 목소리로 물어오는 여자의 질문에 강우는 문득 여자의 다리 쪽으로 시선이 갔다. 무릎 위로 올라간 치마 아래로 뽀얀 허벅지가 보였다. “그…… 그렇죠.” “뭐야, 그건 은근히 자존심 상하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