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2 (완결)

신노윤

Feb 2014 · 와이엠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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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귀 먹었어? 자고 갈 거라고.” 우현의 말에 정온의 미간이 다시 한 번 찌푸려졌다. 도대체 뭐하자는 건지, 오랜만에 만나도 제 멋대로 구는 건 변하지 않은 듯 했다. 뭐라고 한마디 쏘아붙이려던 정온이 우현과 실랑이를 하고 싶지 않아 마음을 안정시키려 노력하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안된다고 길길이 뛸 줄 알았던 정온이 선뜻 알았다고 하자 우현은 자신이 한 말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우현이 놀라거나 말거나, 정온은 그래도 몸을 일으켜 집 밖으로 나서려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 우현이 정온을 잡으며 물었다. “어디가?” “얘기했잖아. 과제해야 한다고. PC방 가면 돼.” 역시나, 순순히 자고 가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예전엔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 말을 하면 귀엽게 삐죽이며 반응을 보이던 정온이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건지 깨닫지 못한 자신이 정온에게 예전과 같은 반응을 바라며 한 행동이 정온에겐 그대로 불쾌함으로 작용 한 듯 했다. “지금 도망가는 거야?” 그리고 정온이 내보이는 불쾌라는 감정에 상처를 받은 우현이 생각과 다르게 빈정거리며 물었다. “왜 안 돼?” “안되냐고? 우리 신정온양께서 도망가는 걸 인정한 거야?” 말을 하며 점점 정온을 벽 쪽으로 몰아가는 우현이었다. 우현을 피해 뒷걸음질 치긴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온의 뒤로 차가운 벽이 느껴졌다. 그리고 우현의 얼굴이 바로 앞 불과 10cm도 떨어지지 않을 거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널 뭘 믿고 재워 줘? 도망가는 것 밖에 방법이 없잖아.” 나는 너를 믿지 못한다, 하는 맑은 눈동자 안에 자리한 불신(不信)에 우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정온의 말에 상처받은 자신처럼 예전 자신의 말에 정온은 더한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정온을 겁주는 상황에서도 그 사실이 우현을 할퀴고 지나갔다. “나를 못 믿겠다?” 그런 우현의 마음과 달리 우현의 되물음은 비틀려 있었고, 그 물음에 정온은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그러한 침묵을 긍정이라 여긴 우현이 속상함과 분노가 묘하게 뒤섞인 더러운 기분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그 뒤틀린 감정이 듣는 사람을 긴장시키는 비소로 표현 됐다. “어차피 못 믿겠다고 하는데, 내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는 거겠지?” 자신의 말에 놀란 정온이 무어라 대답하기 전에 우현은 그대로 정온의 입을 막아 버렸다. 우현의 갑작스런 침입에 정온이 당황하며 우현의 어깨를 밀어내려 했지만 남자의 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미약한 움직임 또한 우현의 커다란 손에 막혀 버리고 말았다. 억지로 벌린 입 안을 샅샅이 헤집고 다니던 우현의 입술이 정온의 입술을 떠나 턱으로, 목으로,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하…… 하지 마!” 정온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그런 정온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듯 우현은 정온의 살 내음에 빠져들었다. 그저 정온이 보이는 불신이 야속해서 시작한 일이었으나, 점점 자신의 이성이 아닌 본능이 힘을 가지려 하고 있었다. 정온의 작은 두 손은 우현의 한 손에 힘을 쓰지 못하는 상태였고, 우현의 입술은 어느새 정온의 쇄골까지 진입한 상태였다. 어디 하나 향긋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정온을 느끼면 느낄수록 점점 깊어지길 바랐고, 어느새 그런 본능에 이끌리는 우현이었다. “혀, 현아,” 그렇게 정온의 의사와 상관없이 쾌락의 길로 들어서려던 우현의 행동이 정온의 한마디에 거짓말처럼 멈추고 말았다. 눈앞에 여전히 탐나는 정온의 하얀 살결이 있었지만 정온의 부름에 우현은 온 몸이 굳어 버린 듯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신노윤의 로맨스 장편 소설 『틈』 제 2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