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모의 모함으로 아비에 이어 오라비까지 참수되었고,
나머지 가족은 뿔뿔이 흩어졌다.
하루아침에 관노가 되어 버린 서현은 비참한 생을 참고 버텼다.
어머니와 어린 아우를 다시 만나겠다는 염원 하나로.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추노꾼에게 쫓기고, 무뢰배에게 팔렸다.
백정에게 담보로 넘어가 그예 욕보였다.
“이 짐승 같은 놈! 저리 가!”
“맞다. 본시 백정은 짐승보다 천한 것이 아니냐!”
섬뜩하게 웃으며 뇌까리는 백정, 윤.
야차 같은 사내에게 농락당한 제 어리석음과 나약함에
서현은 가슴을 치고 싶을 뿐이었다.
하나 겨우 그의 손아귀에서 도망친 서현은
결국 제 발로 다시 그를 찾아갈 앞날은 꿈에도 알지 못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