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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남자를 데려왔다.
“도진 씨 동생은 도진 씨랑 하나도 안 닮았네.”
남자의 손가락이 불현듯 머리칼 사이로 깊숙이 파고들어 두피를 건드렸다. 서늘한 감각이 목덜미를 쭈뼛 서게 한다. 당장 손을 떼라고 말해야 하는데 그와 눈이 마주치자 입술이 굳었다. 그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도진 씨랑 다르게 너무 귀엽게 생겼잖아.”
한눈에 알았다. 이 남자는 나를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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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울지 마, 연교야.”
그에게 잡힌 손이 저릿하다. 손이 다 희게 질릴 만큼 내 손을 세게 움켜쥐고 있던 그의 손이 떨어진다.
“형 진짜 화났는데…… 네가 그렇게 우니까 화도 못 내겠잖아.”
“싫어. 나한테 화내지 마.”
“화를 내지 말라고?”
도진이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픽 웃었다.
철로 만든 문은 묵직하고 튼튼해 보인다. 총알이라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 문에는 처음 보는 잠금장치가 달려 있었다.
“바깥은 재미있었어?”
여상하게 묻는 말에 몸이 굳어진다. 도진이 나를 안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묵직한 문이 닫히고 매끄럽게 쇠가 잠기는 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금고의 문이 잠기는 소리와 닮은 그것은 다시는 열리지 않을 것처럼 강건하다.
“재미없었으면 좋겠다. 이제 다시는 못 볼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