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요. 나랑 안 잘 생각이었어요?”
그를 놀라게 하진 못했어도, 살짝 흔드는 건 성공한 것 같았다.
표정 변화가 크지 않은 것 같은 남자가 처음으로 소리를 내면서 웃고 있었으니까.
“하하, 재밌네. 조민영.”
“왜, 너무 당연한 걸 물으니 웃음밖에 안 나와요?”
“반반. 남자는 늘 섹스 생각을 하니깐 반은 맞지만…… 반은 틀렸어.”
자세를 고쳐 앉으며 저를 눈으로 훑는 세현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볼 때였다.
“좋아, 네가 그렇게 말하니, 마음이 좀 바뀌었어.”
“어떻게요?”
“덕분에 말하기 쉬워져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느른하게 올라가는 입매가 예쁘게 호선을 그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표정은 더없이 싸늘했다.
“나랑 자면 인생이 쉬워지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올 거야.”
“…….”
“그리고 그 맛을 알면 더는 여기서 이러고 싶지 않을 테고.”
“속단하지 마요.”
“글쎄. 너, 돈 필요하잖아.”
말투에 악의는 없었다.
정확히 팩트를 끄집어내 여과 없이 말하는 목소리는 소름 끼치게 평화로웠다.
그래서 더 비참했고, 끔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