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과감하게 생략하고 비약하고 가로지르는 자유로운 어법”을 구사한다는 평을 받으며 데뷔한 안미린의 두번째 시집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이 출간되었다. 그의 시는 시어끼리 의미의 충돌을 일으키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들이 발생하면서 다시 절묘하게 연결된다. 때문에 다수의 시편을 읽어나갈수록 겹겹이 쌓이면서 확장되는 시적 공간을 창출해내곤 한다.
이번 시집은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유령’이라 불리는 존재가 시집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안미린의 시들은 종이를 접었을 때 모양을 알 수 있는 도면처럼, 사방으로 펼쳤을 때 전체를 볼 수 있는 지도 접책처럼, 서로 포개졌다가 다시 열리기를 반복하며 더듬더듬 나아간다. ‘유령’이 등장하는 시구들이 수없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하나의 형태를 상상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시인은 쌓아 올리지만 구축되지 않는 것들, 구축되지 않기에 허물어지지도 않는 미지의 존재에 곁을 내주고, 그를 감각하는 데에 온 힘을 다한다. 더불어 이 시집에서는 별도의 해설을 싣는 대신 유령이 출몰하는 시구들을 모아 색인 형태의 글 「찾아보기―유령류」를 덧붙였다. ‘눈부신 디테일의 유령론’을 가늠해볼 수 있기를 바라며 마련해둔 길라잡이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2012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