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 다시는 잃고 싶지 않아. 어둡고 추운 지옥에서 혼자인 채로 남겨져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네 곁에서 죽는 게 나아. 나 봐 주지 않아도 돼. 널 볼 수만 있게 허락해 줘, 지윤아.” 눈물범벅이 된 지윤의 얼굴이 재진의 동공에 그대로 박혀들어 심장을 비틀듯 울컥해졌고, 이성을 잃은 듯 그만하라는 지윤의 고함 소리가 재진의 사고를 정지시켜 버렸다. 지윤의 입에서 맘에도 없는 말들이 더 쏟아져 나오기 전에 재진의 입술이 지윤의 입술을 덮어 버렸다. 그녀를 두 번은 잃고 싶지 않았다. “넌 몰라, 내가 어떻게 버티며 오늘날까지 살아남았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널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기다렸어.” 스무 살의 서툴렀던 첫 키스. 10년이 지난 뒤의 남자가 된 재진의 키스는 성숙하고 노련했다. 또한 달콤했다. 재진과의 키스를 떠올린 지윤은 온몸의 모든 열기가 얼굴로 몰려드는 것 같아 두 손으로 뺨을 두드리며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