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자, 잘 다녀와라. 그래, 헤어지게 돼서 서, 섭섭하다……. 빠, 빨리 와라.” 진겸은 애틋하게 바라보는 반야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마치 주술에 걸린 사람처럼 반야가 말한 대로 읊었다. 진겸은 자신의 속마음이 담긴 말이기도 했지만 반야가 시켜서 하는 거라는 핑계를 댈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순간 반야의 목소리가 경쾌해졌다. “오빠야도 내캉 헤어지게 돼서 섭섭하제? 차비 들여가며 갔다가 빨리 올게 아니라, 걍 오빠야 집에 며칠만 묵으면 안 되긋나?” “뭐? 거, 겁도 없이 어디 남자 혼자 사는 집에 여자애가…….” 진겸은 좋아서 자꾸 웃음이 새어나오려고 해서 억지로 얼굴 근육을 힘주어 당기며 엄하게 말했다. 그러자 반야가 진겸의 소매 자락을 잡고 어린 아이처럼 흔들어대며 애교 있게 웃었다. “나는 오빠야 믿는다.” “아무리 그래도…….” “가자, 오빠야. 앞장서라.” 반야가 자신의 배낭을 둘러메고 진겸의 등을 떠밀자 진겸은 반야보다 앞장서 걸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씨익 미소 짓고 있었다. 안정은(은혼비)의 로맨스 장편 소설 『깨끗하군과 게으른걸의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