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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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 Changbi Publis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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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어 준 사람을 다시, 떠올리다

그때 그 친구, 그때 그 선생님, 그때 그 첫사랑…

 

어린 시절 소중했던 사람을 다시금 소환한 에세이 󰡔덕분이에요󰡕가 출간되었다. 안희연, 김나영, 배수연, 최현우, 신유진, 정현우, 서윤후, 최지혜, 정재율 등 젊은 작가 아홉 명이 한데 모였다.

지나고 나서야 좋았다고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다. 떠올릴 때마다 웃음 짓게 되는 소소한 기억도 그럴 것이다. 󰡔덕분이에요󰡕에 참여한 작가들은 청소년 시절 곁에서 자신을 지켜 주던 사람과의 인연을 소개한다.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었던 선생님,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던 첫사랑, 아낌없는 사랑을 주었던 할머니 등 각자의 소중한 이들이 글마다 등장한다.

어린 티를 벗기 시작하면서 느끼게 되는 생경한 감정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덕분이에요󰡕는 네가 겪는 외로움, 혼란, 그리움을 나눌 사람이 있다고, 그리하여 ‘덕분이에요’라고 또렷이 말할 수 있는 날이 온다고 말한다. 청소년기를 겪으며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각했을 이들이 건네는 이야기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다정한 공감으로 가닿을 것이다. 


누구나 혼자 성장하지 않는다. 곁에 있는 이들에게 의지하고 때로는 상처받으며 청소년은 어른이 된다. 󰡔덕분이에요󰡕는 작가들이 청소년기 곁에 다가와 힘이 되어 준 이들을 추억한 에세이 앤솔러지다. 안희연, 배수연, 최현우, 정현우, 서윤후, 정재율 등 젊은 시인을 주축으로, 작가이자 번역가로 활동하는 신유진, 평론가 김나영, 교사 최지혜가 참여했다.

‘덕분이에요’라고 말하고픈 작가들의 사연은 극적이거나 거창하지 않다. 안희연 시인은 아버지를 여읜 작가에게 학원에 두던 반찬을 권했던 원장 선생님의 호의를 기억하며 그때 먹었던 소고기볶음고추장 한 숟갈이 어린 자신에게 힘이고 희망이었다고 말한다. 배수연 시인은 여성에 대한 편견을 지적하던 선생님의 의중을 이제야 이해했다고 말하고는 덕분이었다는 산뜻한 인사를 건넨다. 서윤후 시인도 토요일 방과 후에 교실에서 같이 요리를 해 먹자던 선생님의 제안이 자신의 학창 시절을 의미 있게 만들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친구에 얽힌 감정을 소회한 작가도 있다. 김나영 평론가는 기숙사 고등학교 재학 시절, 방송반으로 도착했던 사연과 신청곡들에 담긴 온기로 외로움을 달랜 이야기를, 최현우 시인은 설레는 마음을 알게 해 준 여학생 덕분에 글을 쓰며 살고 있다는 사연을, 정현우 시인은 보육원에 살던 친구와 산으로 들로 다니며 시간을 보냈던 추억을 썼다.

신유진 작가, 최지혜 교사, 정재율 시인은 ‘덕분이에요’라고 말하고 싶은 이들로 가족을 꼽았다. 익산역(이리역) 미군 폭격 사건에 이어 민주화 운동으로 아들의 옥살이까지 지켜본 할머니를 두고 신유진 작가는 삶에 대한 의지를 엿보았노라고 고백한다. 우연히 발견한 비디오테이프에서 가족의 단란했던 한때를 본 최지혜 교사는 남에게 보이기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낡은 집이 실은 가족이 부대끼며 살던 행복한 보금자리였다고 말한다. 정재율 시인은 세상을 떠나셨지만 여전히 그리운 할머니에 대한 추억을 풀어 낸다.

󰡔덕분이에요󰡕는 사소하나마 누군가와 함께 나눈 일상만으로도 청소년 시절의 의미는 채워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훗날에라도 깨닫게 될,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할 이들이 꼭 찾아올 테니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향한 안테나를 내리지 말기를 당부하면서.

 

차례


사라졌기 때문에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_안희연

그 아침과 노래-학창의 너에게_김나영

보건실로 와_배수연

우리가 울루루에 갈 수는 없겠지만_최현우

우리 집_신유진

나의 빛과 다정은 무채색_정현우

땅, 불, 바람, 물, 마음_서윤후

세류동 이층집_최지혜

온전한 사랑, 온전한 마음_정재율

 

책 속에서


 

▶ 안희연, 「사라졌기 때문에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랑 덕분에 여기까지 무사히 왔어요. 비 온 뒤 군데군데 고여 있는 흙탕물마다 얼굴을 비춰 보느라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던 아이가 시를 쓰며 이렇게 살아 있어요. 흙탕물은 비극이고 약점이니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나의 다른 모습을 발견하도록 돕는 입구일 거라고, 제법 의젓한 생각도 할 줄 알게 되었어요.(21쪽)

 

▶ 배수연, 「보건실로 와」

나는 누군가의 신념과 누군가의 호의, 누군가의 용기 안에서 보호받고 지지받을 수 있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생님에게 “덕분이에요.”라고 인사하면 선생님은 쾌활한 목소리로, “다행이네!”라고 대답한다.

나는 골똘히, ‘덕분입니다’와 ‘다행입니다’는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57쪽)

 

▶ 최현우, 「우리가 울루루에 갈 수는 없겠지만」

나는 언젠가 하고 싶은 말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나와 글을 쓰고 싶었던 너의 꿈을 서로 바꾸어서 이루고 나면, 그렇게 어른이 되면, 너를 다시 찾아가 사과하고 싶었다고. 그러기 위해서 나는 여전히 글을 쓰며 살고 있었다고, 말이다.(79쪽)

 


About the author

시인. 2012년 창비 신인 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등을 썼다. 슬픔의 여러 결을 읽어 내는, 사랑하자고 말하는 시를 쓴다.

 


문학 평론가. 2009년 󰡔문학과사회󰡕 신인 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마음대로 여닫을 수 없어 답답하고 또 스산했던 창가에서 느낀 한기를 방송실에서 친구들이 보낸 사연으로 녹이곤 했다.


시인, 미술 교사. 시집 『조이와의 키스』, 『가장 나다운 거짓말』, 『쥐와 굴』 등을 썼으며 『교실의 시』(공저), 『칼 라르손의 나의 집 나의 가족』 등 다수의 산문집에 참여했다. 겨드랑이에서 털이 날 무렵, 명쾌한 보건 선생님을 만났다.


시인. 201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 산문집 『나의 아름다움과 너의 아름다움이 다를지언정』 등을 썼다. 서랍을 정리하다 묻혀 있던 학창 시절의 추억을 소환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뒤늦게 보았다.


번역가, 작가. 산문집 『창문 너머 어렴풋이』, 『몽 카페』 등을 썼다. ‘우리’라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우리 집’을 만들며 살아간다.


시인.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나는 천사에게 말을 배웠지』, 산문집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 등을 썼다. 불과 유리와 얼음, 그리고 도토리나무가 있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인. 2009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휴가저택』, 『소소소小小小』, 『무한한 밤 홀로 미러볼 켜네』 등과 산문집 『방과 후 지구』, 『햇빛세입자』, 『그만두길 잘한 것들의 목록』 등을 썼다. 사이 좋게 지내던 친구는 많았지만 마음에 둘 속 깊은 단짝 친구는 없었다. 선생

님이 보여 주었던 지혜를 아직도 빌려 쓰고 있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고 있다면 꼭 다시 만나게 될 거라 믿으며, 지나간 인연들을 내 이름의 각주처럼 여기고 있다.


국어 교사. 지은 책으로 『좋아하는 것은 나누고 싶은 법』, 『우리들의 랜선 독서 수업』(공저)과 『너와 나의 야자시간』(공저) 등이 있다. 좋아하던 친구에게는 보여 주고 싶지 않았던 이층집이 지금은 아름다웠다고 생각한다.

 


시인. 2019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등을 썼다. 마음속에 사랑방을 두고 좋아하는 이들을 맞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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