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 도둑 4

· 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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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산토리니에 혼자 여행을 간 주영은 체리 세 개로 인해 그리스의 조각남 안드레와 엮이는데…. 이런 집은 누가 살까? 멋지네. 담장 너머로 가지가 뻗어 난 체리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린 빨갛고 큼지막한 체리가 주영을 유혹해 온다. 그래 딱 세 개만 맛보는 거야. 머리 위에서 먹음직스럽게 유혹하는 체리를 세 개 정도 따서 손에 들고 맛보려 할 때. 백마를 탄 이목구비가 선명한 남자와 눈이 딱 마주쳤다. 말을 타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오만한 눈빛에 순간 이채가 어렸다. “체리 도둑?” “아직 먹은 건 아니에요. 혹시 이 집 주인이신가요?” “그렇다면?” “죄송해요. 정말 하나도 맛보지 못했어요. 이것 봐요. 먹음직스러워서 딱 세 개 땄는데 그대로잖아요. 변상은 해드릴게요.” 흥미롭게 입가를 씰룩이던 남자가 마치 독 안에 든 쥐를 어떻게 할까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눈을 반짝였다. “먹진 않았지만 체리를 훔쳤다는 건 변하지 않아. 물론 세 개든 열 개든 훔친 사실도 변함없고.” 남자가 승마 장갑을 벗었다. 아직 주영의 손바닥 위에 얌전히 얹혀진 빨간 체리 하나를 손가락으로 집어 올리더니 그녀의 입안으로 쏘옥 넣어 버린다. 남자의 손끝이 말랑한 주영의 입술을 스쳤다. “어때? 맛있나? 훔친 것일수록 맛이 끝내 주거든.” “내 의지로 먹은 게 아니잖아요. 당신이 방금 내 입에 강제로 넣었잖아요.” “말했잖아. 훔쳐서 먹었든 먹지 않았던 훔친 사실은 변함없는 거라고.” “나는 체리를 돌려주려고 했단 말이에요. 그리고 당신이 원하면 변상도 해줄 생각이었고요.” “어차피 체리 도둑이 될 거라면 나 같으면 먹어서 없애는 걸 추천해. 타협은 그 후의 일이고.” “좋아요. 당신 말대로 억지로 체리 한 개는 먹었고 이까짓 것 두 개 더 먹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주영은 씩씩거리며 나머지 체리 두 개를 몽땅 입으로 밀어 넣으며 보란 듯이 웃으며 맛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남자는 주영의 도발이 제법 귀여운지 눈썹을 휘며 휘파람을 불었다. “잘했어. 상황 판단이 빠르네. 자 이제 협상을 진행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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