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메마른 관계 속에서 사랑을 찾은 건, 전적으로 이사벨라 프란스의 잘못이었다.
“사랑해요.”
그의 뺨에 입 맞추고 얼굴을 붉히는 여자를 제이든은 비웃었다.
멍청한 여자.
앞으로 그가 무슨 짓을 할 줄이나 알고.
마침내 약혼의 결실인 반란의 뿌리를 뽑는 날, 제이든은 프란스 일가를 모조리 죽였다.
오랜 세월 벼린 칼은 날카로웠다.
그 날카로운 칼이 이사벨라의 목 앞에서 멈춰 선 것은 그녀에게서 들었던 고백 때문이었다.
“사랑해요.”
여자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이든은 그 말을 다시 한번 듣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의 목을 꺾지 않고 제안했다.
“내 정부가 된다면 살려주지.”
물이 가득 고인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여자는 딱 만족스러울 만큼 아름다웠다.
***
남자가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랑한다고 말해 봐요.”
진심으로 고백했기에 구속과 순종의 뜻으로 변질된 그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저는 이미 그의 정부가 되었기에.
한때 프란스 공작가의 하나뿐인 아가씨였던 여자는 제 주인의 요구에 따라야만 했다.
“사, 사랑해요…….”
떨리는 목소리 뒤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며, 제이든은 귓가에 속삭였다.
“이사벨라, 나도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