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 시간을 갖자.” “무슨 생각?” “너도 알고 나도 아는 생각. 너도, 나도 행복하지 않아. 그만 불행했으면 해.” 연애한 지 3년 반. 어느덧 서로에게 무심하고 차갑게 변해 버린 그와 그녀. 더 이상 가슴 떨리는 설렘도, 서로에 대한 기대도 없이 그저 의무적으로 전화하고, 만나고, 관계를 맺고. 그런 권태로운 시간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예진은 성훈에게 시간을 갖자고 이야기하고, 그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는 듯 그 역시 동의한다. 생각을 갖자는 말…… 사실은, 헤어짐을 전제로 한다는 것임을 알면서도 권태로운 관계를 이겨낼 수 없어, 서로에게 등을 돌린다. 그러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소개팅 자리에 나간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사람을 마주하고 있는 상대방을 보게 되고, 그제야 알게 된다, 그들은 한 번도 이별한 적이 없었음을. 사랑에 있어 유효 기간은 얼마나 될까? 불같은 사랑의 시간이 지나고 권태기를 맞이한 예진과 성훈. 두 사람은 권태기를 극복하고 다시 사랑을 하게 될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대단했어.” 성훈이 그녀의 어깨에 입을 맞추었다. “말할 기운도 없어. 아아…….” “왜 이렇게 예민해?” 예진은 그의 말이 칭찬처럼 들렸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첫 번째 섹스의 충격을 확인하듯 한 번의 섹스를 더 했다. 첫 번째 섹스보다 더한 환희와 쾌락에 예진은 울음을 터뜨렸고 성훈은 신음을 감추지 못했다. 예진이 몸을 돌리자 그가 기다렸다는 듯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 여자 누구야?” “모르는 여자야.” “모르는 여자를 왜 만나?” 성훈은 당장이라도 삼키고 싶을 만큼 탐스러운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은혁이 와이프 부탁이라 거절하기 힘들었어.” “거절하기 싫었겠지.” “네가 나한테 그런 심술을 부릴 처지가 아닐 텐데. 그 자식, 누구야?” “너보다 멋있는 남자.” 성훈이 눈을 부라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예진은 그의 그런 행동이 ‘시늉’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성훈이 그녀의 코끝을 쥔 채 말했다. “다시 말해 봐.” “너보다…… 아흣!” 어깨를 움츠린 예진은 유두를 입에 물고 자근거리는 귓불을 만지작거렸다. 츄웁거리는 소리를 내며 유두가 빨릴 때마다 온몸이 그에게 삼켜지는 기분이었다. 젖은 유두를 손끝으로 지분거리며 그가 물었다. “왜 이렇게 달아?” “몰라.” 성훈은 두 손으로 움켜쥔 가슴을 가운데로 모았다. 그는 젖가슴 사이에 만들어진 선명한 골짜기를 혀로 핥았다. “아아!” “간지러워?” “하아…….” 우리, 어떻게 할래? 내 생각은 이런데 네 생각은 어때? 예진도 성훈도 그런 말 같은 건 묻지 않았다. 바르르 떨리는 숨을 내쉬며 예진은 그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아읏, 아읏…….” 가슴을 삼킨 성훈이 뺨을 씰룩거릴 때마다 소스라치듯 예진이 가슴을 들썩거렸다. 예진은 애가 타는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