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내게 말을 거네

· 더 로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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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기회를 줘.” “무슨 기회?” “정직한 남자가 될 수 있는 기회.” “장난하지 마.” “네 눈엔 내가 장난하는 걸로 보여?” 잘생긴 얼굴과 훤칠한 키, 굽은 곳 없이 쭉쭉 뻗은 탁월한 신체 조건 덕에 어딜 가나 넘치는 사랑과 관심을 받아 왔던 유은오. 그런 그에게 자신을 소 닭 보듯 하는 혜준은 독특하고 신기한 존재였다. 아니, 신기함을 넘어 어떤 여자에게도 가져 본 적 없는 승부욕을 자극하는 여자였다. 그러나 처음으로 먼저 말을 걸고 싶은 유일무이한 그녀는, 그의 관심을 달가워하기는커녕 지독히 냉소적이기만 하다. 온몸에 철벽을 두른 채 은오를 밀어내기만 하는 혜준. 그는 과연 ‘바람둥이’라는 오명을 벗고 그녀와 진실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재미있어?” “재미있네, 장혜준하고 같이 비도 맞고.” 혜준이 그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비가 사선으로 내리는지 푸른빛이 도는 셔츠가 실금이 가듯 젖어 들었다. 그녀는 빗살을 긋듯 젖어 드는 셔츠를 눈이 아프도록 노려봤다. “나는 댁처럼 다른 사람을 쉽게 보는 인간, 경멸해.” 계속 해보라는 듯 은오의 눈이 그녀를 바라봤다. “댁한테는 모든 게 쉽겠지. 세상 모든 여자가 댁을 좋아한다는 환상 속에서 사는 것까지는 말리지 않을게. 하지만 나는 댁이 생각하는 그런 여자들 중에 하나가 아니야.” “팔 아파, 얼른 말해.” 느물대던 표정을 흔적 없이 지운 그가 혜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조각상처럼 반듯한 그의 턱선을 바라보며 그녀가 말했다. “나한테 집적대지 마.” “나에 대해 얼마나 알아?” “알 필요도 없고, 알 가치도 없어.” “이런 모순이 있나. 다른 사람을 쉽게 보는 인간을 경멸한다면서 정작 장혜준 씨가 그러고 있네.” “내가 댁하고 말장난하는 것처럼 보여?” “그게 아니라는 거 알겠어. 나한테 할 말 있지?” “할 말 다 했어.” 이런 남자인 것이다. 다른 여자들처럼 호의적이지 않은 자신에게 놀리듯, 장난하듯 집적대는 남자일 뿐이다. 정작 단둘이 있는 곳에선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않는, 흔해 빠진 바람둥이일 뿐이다. 혜준은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다른 곳을 보는 그를 노여운 눈으로 바라봤다. “더 할 얘기 없어?” “충고하는데 사람을 사람으로 대해. 대화를 할 땐 상대방 눈을 쳐다보는 거야, 상대가 댁이 보기에 만만한 사람이라고 해도.” “에잇!” 욕설을 내뱉듯 거친 숨을 내쉰 그가 혜준의 손목을 잡았다. 차가운 빗줄기가 그녀의 뺨을 때려댔다. 은오가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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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 : 할 듯 말 듯하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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