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레스토랑 ‘미오(MIO)’ 미오에서 왕처럼 군림하는 남자와 가슴 아픈 사연으로 남자가 된 여자가 만났다. 절대적 권력을 가진 대표이사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르는 신입 스태프로. “솔직히 털어놔. 게이 맞지?” 가뜩이나 탁하디탁한 그의 음성이 심하게 갈라졌다. 술을 마신 데다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그런 것 같았다. “덜 자란 놈, 나한테 먹히고 싶어? 먹어줄까? 난 너처럼 이상한 취미가 없다만 술김에 미친 척해보지 뭐. 내일 땅을 치고 후회하더라도.” “아, 아뇨!” 가슴이 쿵 울린 그녀가 화들짝 외쳤다. 그녀는 그의 턱에 있는 상처를 몰래 만져봤다가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 큰 소리가 난 것이 못마땅한 듯 그의 미간이 불편하게 구겨졌다. “용기도 없는 놈이 까불긴.” 일침을 가한 그는 비릿하게 코웃음을 치며 그녀를 밀어냈다. 그녀의 손목과 목덜미에서 손을 떼고 다시 잠을 청할 듯 눈을 감았다. 먼 꿈나라로 서슴없이 떠나면 좋으련만 사색이 되어있는 그녀에게 기어이 한마디를 더 건넸다. “이래 봬도 임자 있는 몸이야. 넘보지 마, 풋내 나는 변태 놈아.” 여해름의 로맨스 장편 소설 『그녀는 남자』 제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