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하필 그런 날 나와 함께 있었다는 것뿐인 존재였고,
나름 평온한 삶을 지향해 온 내게 그 밤은 그저 하루로 끝났어야 할 해프닝이었다.
“근데 그쪽은 누구……시죠?”
답도 없는 더벅머리에 두꺼운 안경. 멀대같이 키만 큰 남자, 고승하.
그 남자에겐 숨겨진 비밀이 있었다.
그중 하나는 어디서도 못 볼 크기의 거시기였고.
다음은 그 더벅머리와 안경 속 찬란하게 빛나는 얼굴이었다.
“저는 과장님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하나는 나를 향한 지고지순한 마음.
생각지도 못한 고백에 연애할 마음이라곤 없던 나는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고.
이미 그런 내 마음을 알고 있던 남자는 뜻밖에 제안을 던졌다.
“너 지금…… 아니, 승하 씨. 지금 그게 뭘 뜻하는 건지, 알고나 하는 말이야?”
“네. 아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과장님께 제가 섹스 파트너가 되어 드리겠다고 제안하고 있는 겁니다.”
“…….”
“그러니까 절 이용해 주세요.”
예상치 못한 사고. 예상치 못한 흐름. 그리고 예상치 못한 나의 흔들림.
분명 이건 연애도 뭣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변해 버린 감정에 그저 혼란스럽기만 하고.
그렇게 해프닝으로 끝났어야 할 남자는 기어이 내 인생 최대의 사건이 되고 말았다.
연애 부정기 집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