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뇨 냄새가 사시사철 가시지 않는 뒷골목에서 호화로운 후작저로, 버려진 사생아에서 하나뿐인 상속녀로. 이 극적인 인생 역전 동화의 주인공인 안드레아에게는 비밀이 한 가지 있다. ‘오늘도 전하께서는 눈부시게 근사하시구나.......’ 제국 모두가 사랑하는 만인의 연인, 황태자 미카엘을 오래도록 짝사랑해 왔다는 것. 멀찍이서 그를 바라만 보던 안드레아는 가면무도회 날, 익명의 힘에 기대 그를 유혹하고 함께 밤을 보내는 데 성공한다. ‘더 욕심내지 않아. 당분간은 황궁 쪽으로는 발걸음도 하지 말아야겠어.’ 안드레아는 미카엘과 보낸 하룻밤을 잠깐의 일탈로 넘기려 하지만, 상황은 어쩐지 이상하게 흘러가 버리는데. * * * “오늘은 봐줬지만, 다음엔 봐주지 않을 겁니다.” 귓가를 간지럽히는 속삭임에 목덜미를 타고 소름이 돋아났다. “옷도 남김없이 벗길 거고.” 미카엘은 느릿느릿 그날의 약속을 읊어갔다. 나직하고 은밀하게, 한 자도 놓치지 않도록 분명하게. 통제할 새도 없이 아래가 척척하게 젖어드는 것에 안드레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내 머릿속에서만 해왔던 일들을 전부 네게 할 거야. 그러니....... 다시 봅시다. 꼭.” 허공에서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안드레아는 미카엘의 눈동자에 비친 제 모습을 들여다보며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 그런.......” “감당이 안 돼?” 금방이라도 터질 듯 붉게 달아오른 안드레아를 빤히 보던 미카엘의 입매가 슬쩍 비틀렸다. “간 크게 황태자의 하룻밤을 훔치겠다 마음먹었을 땐, 그만한 각오를 했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