왑샷 가문 몰락기

· 세계문학전집 Book 193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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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한 시대의식으로 중산층의 일상을 자신의 문학적 보고로 삼았던 존 치버는 여러 단편들을 발표하며 ‘교외의 체호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가 추구해 온 ‘일상성의 미학’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그는 왑샷 가문 연작에서도 변두리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애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왑샷 가문 사람들은 세인트보톨프스라는 작은 어촌 마을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특별한 매력을 타고난 운수 좋은 사람들도 아니고, 기막히게 명줄이 긴 영웅들도 아니다. 치버는 현대 사회가 직면한 인간성 상실이라는 심오하고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어느 특별한 사람들의 삶을 두리번거리지 않는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을 재미있게 변형할 뿐이다. ‘촌사람’라는 말이 미국식으로도 어색하지 않다면 왑샷 가문 사람들은 그야말로 촌사람, 변두리 보통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소하고 시시콜콜한 일상에서 거대한 현대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읽어 내도록 하는 존 치버의 통찰력은 놀랍다.

About the author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 퀸시에서 ‘아무도 원치 않았던 아이’로 태어났다. 부모님의 불행한 결혼 생활과 가정의 붕괴로 인해 어둡고 외로운 유년을 보냈다. 고등학교 재학 중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퇴학당했는데, 이때의 경험을 토대로 첫 소설 「퇴학」(Expelled, 1930)을 《뉴 리퍼블릭》에 발표했다. 고등학교 중퇴 후 독서와 창작 연습에 매달리며 스스로 작가 수업을 했고, 문학은 그의 유일한 도피처였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으며 전쟁이 끝난 후 교사로 일하며 단편소설뿐 아니라 드라마 대본, 영화 시놉시스, 잡지 기사 등 다양한 글을 썼다.

1943년 첫 단편집 『어떤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을 발표한 후, 『거대한 라디오』(1953), 『셰이디힐의 가택 침입자』(1958), 『여단장과 골프 과부』(1964), 『사과의 세계』(1973), 『존 치버 단편집』(1978) 등 단편집 7권을 냈고, 『존 치버 단편집』으로는 퓰리처 상을 받았다. 첫 장편 『왑샷 가문 연대기』(1957)를 발표하며 1958년에 전미 도서상의 영예를 안았고, 속편 『왑샷 가문 몰락기』(1964) 역시 문학성을 인정받아 미국 국립 예술원으로부터 하우얼스 메달을 받았다.

‘교외의 체호프’, ‘교외의 음유 시인’이라고 불리며 현대 미국 문학의 최고 문장가로 손꼽히던 그는 중심부의 드러난 화려함보다는 외곽의 평범함 속에서 뿜어 나오는 숨은 주제들을 발굴했으며, 미국 중산층의 일상을 고귀한 문학적 보고로 삼은 작가였다. 1982년 미국 예술원으로부터 문학 부문 국민 훈장을 받았고, 그해 뉴욕 주 오시닝에서 일흔 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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