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그렇게 쳐다보면 나 미쳐요.” 다시 꿈속인가 싶었다. 제 입술을 어루만지는 보드라운 느낌도, 힘 있게 입술을 열고 들어와 헤집으며 감각을 깨우는 움직임도, 뺨을 감싸는 체온도 꿈속보다 더 강렬하게 고운을 휘감았다. 조심스럽고 짧았던 입맞춤과 다른, 감정을 자제하지 않는 진한 키스였다. ---------------------------------------- 입술이 마주 닿는 순간 준오의 눈가도 젖어들었다. 바보 같은 여자를 곁에서 바라보는 동안 커져버린 마음이었다. 이 여자에게 주고 싶은 위로, 사랑 그리고 눈물 한 방울을 얹어 입을 맞췄다. 제발 이대로 나에게 와주길. 입맞춤을 허락하듯 내 사랑도 허락해주길. 눈물에 젖은 입술을 준오는 기도하듯 열고 들어갔다. 마치 고운의 마음을 열듯 조심스러운 키스였다. 그날, 그 사고 이후로 웃는 얼굴도 안쓰러워서, 전부 잊게 해주고 싶어서 볼 때마다 입 맞추고 싶었다. 진하고 깊은 키스로 고운의 머릿속에 고인 기억을 덮어버리고 싶었다. “나 오래 기다린 거 알죠?” 말을 하면서도 닿아 있는 입술에서 불이 이는 것 같다. 가만히 끄덕이는 고운의 입술을 문 채 준오의 떨리는 손이 단추를 풀었다. 보드라운 천 한 겹 아래 숨겨 있던 매끄러운 어깨가 드러났다. 어둠 속에서도 하얗게 빛나는 살결에 입술을 내리자 고운이 숨을 훅 삼켰다. 입술이 고운의 턱을 지나 목선을 핥아 내려가는 동안 준오의 손은 매끄러운 등을 쓸어내렸다. 맨 살결 위의 솜털까지 느끼려는 듯 느리지만 섬세한 손가락이 지날 때마다 고운의 등이 움찔거렸다. 봉긋하고 뽀얀 가슴 위에 입을 맞추며 고운의 바지허리에 준오가 손을 댈 때였다. “준오 씨. 미안해. 나, 안 되겠어. 미안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