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뱅이 아버지와 망나니 오빠, 무심한 어머니를 둔 수연은 자기 자신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돈과 성적에 연연한다. 그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주변에서 비호감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다.
하지만 부잣집 도련님인 도경의 근처에는 늘 사람들이 가득하다. 그런 도경이 자꾸만 수연의 뒤를 쫓는 게, 수연은 거슬린다. 마치 동정받는 것 같아서. 게다가 도경과함께 있으면, 비난받는 쪽은 늘 수연이다. 도경의 집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수연의 어머니도, 오만한 도경의 부모도, 도경을 경외하는 수많은 친구들도 수연이 도경에게 거리를 두어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눈치 없는 도경만이, 자꾸만 수연을 옆에 붙들어 두려고 한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온기로, 끊임없는 마음을 베풀면서. 그래서 수연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도경과 공유하게 되어버리고 만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대학에서 일하는 수연은 도경을 보좌하는 비서가 되어 있다.
여전히 완벽하지만, 한때의 기억을 잃어버린 한도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