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꼬맹이, 정말 보고 싶었어. 이렇게 보게 되니 어쩐지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십여 년 전 위험에 빠진 자신을 구해 준 이를 잊지 못하고 한결같이 그 남자만을 그리던 여라 앞에 거짓말처럼 재사가 나타난다. 여전히 그녀를 꼬맹이 취급하는 재사였지만, 까무잡잡하고 말라깽이에, 눈만 커다랗던 아이는 어느새 성숙한 여인의 향기를 풍기며 그의 마음을 앗아가 버린다. 그저 스쳐 가는 꼬맹이라 그리 생각했건만, 어느덧 그녀는 그의 심장이 되어 버렸다! [본문 내용 중에서] “무서운가?” “조금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아, 씨……. 또 꼬맹이 취급하고 있어.” 여라는 왠지 억울한 마음에 재사를 주먹으로 때렸다. 팡팡 소리가 났지만 재사는 별달리 아파하지도 않았다. “좋다면 다시 할까?” “아, 아니에요.” 여라는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재사의 능글거리는 웃음을 보니 정말로 끝까지 갈 것 같았다. 무안한 김에 다른 꼬투리를 잡았다. “그런데 정말 바람둥이 같아. 대체 몇 명이나 후린 거예요? 그리고 이 향기, 이건 또 어느 계집의 품에서 묻히고 온 거죠?” “어이, 꼬맹이. 난 그렇게 바람둥이는 아니거든? 게다가 이 향은 말이지, 내가 좋아해서 늘 몸에 지니고 있는 향낭에서 나오는 거야.” “무슨 향인데요?” “말리향. 마음에 들면 네게도 줄까? 하지만 말이야, 솔직히 걱정된다. 꼬맹이 입이 너무 거칠어서. 그런 말은 대체 어디에서 배운 거야?” “누가 그런 걸 받고 싶어 할까 봐. 하긴 너무 여인을 모르는 사내보다는 잘 아는 사내가 낫다고 하던데, 그래도 너무 잘 아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점점 더하네.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해주었지?” “유모가요. 그리고 내 시녀들도.” 여라가 태연히 말하자 재사는 혀를 찼다. “순진한 아가씨에게 별걸 다 가르쳤군 그래.” “누가 순진하대요? 나도 알 건 다 알아요. 흥, 우리 집 말들이랑 소들이 새끼 낳을 때 누가 다 봤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생기는지도 다 안다고요.” “호오, 그래? 그럼 우리 사이에 아기도 잘 만들 수 있겠네?” “당연하지요. 얼마든지…… 아악, 나가 버려요. 얼른 나가 버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