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한 말들로 상처뿐인 이곳
너와 내가 눈으로 전하는 투명한 진심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 『페인트』 등 청소년의 현실을 매력적이고 생동감 넘치게 담으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창비청소년문학상이 반짝이는 신예 작가의 새 소설을 선보인다. “마지막 장을 넘긴 뒤에도 잔상이 남을 정도로 인상적이다.”,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라는 청소년심사단의 찬사와 함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된 김민서 장편소설 『율의 시선』(창비청소년문학 125)이다.
『율의 시선』은 타인과의 눈 맞춤을 어려워하며 관계 맺기에 서툰 중학생 ‘안율’의 시선을 따라간다. 진심 어린 교류를 이해하지 못하며 반 친구들과도 피상적인 관계만을 유지하던 율은 어느 날 독특한 아이 ‘이도해’를 만나며 자신의 세상에 균열을 느끼게 된다. 율은 그동안 억눌렀던 자신의 감정과 꽁꽁 숨겨 왔던 상처를 마주하고 이도해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우정은 율을 어디로 데려갈까? 매력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인물, 가슴을 울리는 문장과 감동적인 여운을 남기는 결말까지, 창비의 청소년소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자신 있게 권할 아름다운 작품이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여전히 몰인정하지만, 나는 그 서툴지만 용감한 발걸음을 응원하게 되었다. 지금껏 조명되지 않았던 연약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인 작가의 다정함에 찬사를 보낸다. 백온유(소설가)
지상의 시선으로 보자면 우리라는 별 사이는 한 뼘뿐이라고. 그것이 ‘믿음’이라고, 그러니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율의 시선』이라는 지상의 소설이. 쩡찌(작가)
마음속 깊은 곳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혼자 끙끙대며 외로이 품고 있는 청소년들과 함께 읽고 싶다. 주예지(교사)
“난생처음 타인의 시선이 궁금해졌다.”
우리 곁에 도착한 특별한 감동
안율은 친구들과 게임이나 축구 경기하는 걸 즐기는, 겉보기에는 평범한 열다섯 살 소년이다. 다만 다른 사람과 눈 마주치기를 두려워하고, 속으로는 인간관계란 모두 가식과 거짓이라고 생각한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 율은 자신이 “만만하고 약한 애”(14면)이지만 함께 다니는 친구들과 적당히 관계를 유지하면 학교생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여겨 왔다.
율이 눈을 맞추기 두려워하는 이유는 “새까만 동공 너머에 비치는 마음이 꺼림칙”(17면)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이고 싶어 하는 율에게 두 눈에서 읽을 수 있는 타인의 마음은 심연처럼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늘 무감정하게 자신을 유지하던 율에게 꾹꾹 눌러 두었던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아이가 나타났다.
축구, 게임, 성적 같은 흔한 이야기에는 관심 없고 옥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길 좋아하는 아이, 무더운 한여름에도 긴팔 교복을 입으며 자신을 북극성이라고 부르라고 말하는 독특한 분위기의 아이 이도해.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비정상’인 그 아이가 율은 자꾸만 눈에 밟힌다. 남들에게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쉽게 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율의 상처가 도해를 만날 때마다 상기된다. 도해라면 어떻게 했을까, 묻고 싶어진 율은 결국 도해에게 질문을 던지고 잊을 수 없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마 껴안아 줄 것 같아.”
이도해의 목소리는 나를 소스라치게 할 정도로 강한 힘을 품고 있었다. (…)
“떠나는 길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도록 안아 줄 거야.”
―본문 87면
“절대적인 건 너 자신뿐이야.
그러니 너를 봐. 네 마음을 봐.”
외로웠던 나를 사랑하는 법
율은 도해를 만날 때마다 가슴 밑바닥에 눌어붙은 감정이 뒤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소설을 써 보라는 도해의 제안에 첫 문장을 써 보는 등 점차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기 시작한다.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실은 외롭게 자신을 감추고 지내던 율은 마음을 닫고 고립을 택하는 청소년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작가는 율의 모습을 통해 아무도 자신의 마음을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도 감정을 돌보지 않는, 외롭고 고립된 청소년기의 혼란을 섬세히 들여다본다. “내가 주인공인 소설 따위가 좋을 리 없었다. 메마르고 지루한 이야기가 될 게 뻔”(119면)하다고 생각하는 율에게, 도해는 스스로 부여한 이야기에 따라 현실과 삶은 180도 달라질 수 있다며 율을 응원한다. 그런 도해를 보며 율은 처음으로 타인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진짜 친구’의 의미를 깨달아 간다.
“난생처음 타인의 시선이 궁금해졌다. 저 눈에는 이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 ―본문 120면
남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비정상’이라는 딱지가 붙었지만, 율과 도해는 진심을 나누며 우정을 쌓아 간다. 도해의 영향으로 점차 솔직한 감정을 내비치며 변해 가는 율의 모습은 청소년기에 만나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야말로 더없이 특별하고 소중한 관계라는 점을 보여 준다.
발끝만 보던 소년
이제는 눈을 보고 말해요
한편 율은 반에서 가장 ‘잘나가는’ 아이라고 생각했던 서진욱이 실은 동네의 허름한 슈퍼 아들이고 그러한 가정환경에 대해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축구선수가 될 거라며 점심시간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공을 차던 모습도 자신을 지키기 위한 강한 척이었을까? 평소 같았으면 귀찮은 일에 휘말리지 않고 싶어 했을 율이지만, 도해를 만나고 조금씩 얼어붙은 마음을 열어 가던 율은 부상당한 서진욱을 돕기를 자처한다. 그리고 늘 완벽해 보이고 부러움의 대상이었던 서진욱에게도 감추고 싶은 비밀과 아픔이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겉으로는 알 수 없더라도 누구나 저마다 치열한 성장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타인의 인생을 마주하는 일은 마치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것처럼 거대한 울림을 가져온다.
어쩌면, 아주 어쩌면 말이지,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세계를 가진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외계인이라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헐뜯고, 그리고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아 평생을 헤매는 것이다. ―본문 144면
도해와의 만남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볼 용기를 얻게 된 율이 서진욱에게 먼저 연대의 손길을 내밀기까지, 소설은 율의 내면과 깊이 조응하며 율의 성장에 공감하고 그를 응원하게 한다. 성장의 아픔과 울림, 도해의 비밀이 밝혀지며 드러나는 반전까지 손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소설이자, 자라나는 이의 마음에 오래 남을 또 하나의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답게, 외로운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자신 있게 내어놓는다.
▶ 줄거리
인간관계란 모두 이해관계에 따를 뿐이라고 믿는 소년 안율. 인기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강약약강의 처세술에 어떤 거부감도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지 모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마주치는 것은 안율에게 너무 두려운 일이다.
어느 비 오는 산책길, 안율은 죽은 고양이를 안고 있는 맨발의 아이 이도해를 마주친다. 같은 학교, 같은 학년으로 보이지만 어딘지 기묘한 분위기의 아이가 이후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다시 마주친 도해는 반 아이들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외톨이였다. 자신을 ‘북극성’으로 부르라는 둥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둥 특이하지만 속 깊은 말들을 하며 성숙해 보이는 도해와 대화를 나누면서 율은 점점 진심이 담긴 교감을 배워 가는데…….
▶ 추천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여전히 몰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율과 아이들이 비탄에 빠지지 않고 한 발 한 발 착실하게 나아갈 때, 나는 그 서툴지만 용감한 발걸음을 응원하게 되었다. 지금껏 조명되지 않았던 연약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인 작가의 다정함에 찬사를 보낸다.
백온유(소설가)
책에서 하얀 거짓말을 읽었다. 우리는 각각의 별이고, 다른 외계인이다. 죽을 때까지 서로에게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상의 시선으로 보자면 우리라는 별 사이는 한 뼘뿐이라고, 그것이 ‘믿음’이라고, 그러니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율의 시선』이라는 지상의 소설이.
쩡찌(작가)
독자들은 율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너머의 진심에 닿는 경험을 할 것이다. 마음속 깊은 곳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혼자 끙끙대며 외로이 품고 있는 청소년들과 함께 읽고 싶다.
주예지(교사)
▶ 차례
프롤로그
1부
2부
3부
4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 작가의 말 중에서
이 소설은 타인을 바라보는 이야기이다. 율의 시선은 점점 위로 올라간다. 땅바닥에서 하늘까지. 그리고 다시 조금 내려간다. 최종적으로 율의 시선이 닿는 곳은 눈이다. 타인의 눈.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은 정말이지 힘들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누군가는 자신을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더욱 그렇다. 아이와 어른, 그 중간 어디쯤에서 수그린 채로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린다. 하지만 그 손길은 영영 찾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소설을 집필할 당시 나도 그랬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든 일들이 겹겹이 벌어졌다.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펜을 들었다. 글을 쓰는 일은 내겐 발버둥 치는 일과 같았다. 나라는 사람의 흔적을 남겨 보고자 하는 발버둥. 그렇게 홀로 글을 쓰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사람은 모두 각자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성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렇게 부딪히고 깨지면서 사람은 성장한다. 변화는 그럴 때 찾아온다.
2000년 출생.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있으며, 오랫동안 문학을 사랑해 왔다. 비뚤어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즐겨 쓴다. 장편소설 『율의 시선』으로 제17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