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젠 널 서서히 내 그물 안에 가두어 주겠어.
잠입수사를 위해 재벌가의 비서로 위장하고 교도소 앞에서 재벌가의 딸을 기다리던 범교륜. 이전에 결정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터라 이번엔 제대로 그 전말을 파헤치겠다며 벼르고 있던 그는,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4년 전 사라졌던 자신의 아내 신노와 마주치게 된다. 순간 몸 안의 피가 빠르게 돌면서 교륜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임무로 인해 감정을 드러낼 순 없었기에 그는 조용히 어금니를 사리물었다. 신노,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겠다!
▶잠깐 맛보기
“자, 잡으시죠.”
차 안으로 들어가는 신노에게 교륜이 손을 내밀었다. 특수정보과에 몸담고 있어서 그런지 교륜의 연기력은 날로 능수능란해져 갔다.
“됐습니다. 차에 오르는 것 정도는 저 혼자 해도 괜찮아요.”
그의 에스코트는 원래 신노 전용이었다. 그러나 못 볼 거라도 본 듯 이마에 주름을 만들며 신노가 그의 손을 거부하였다.
“몰라서 잡아 드리겠습니까? 여성을 도와드리는 건 남자의 예의입니다. 잡으십시오.”
물러서지 않는 교륜에게 그녀가 졌다. 신노가 손톱 끝을 크고 길쭉한 남자 손에 살짝 걸치고 차에 올랐다. 한국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그녀가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다. 미국은 너무나 멀고 아득했다. 신노를 찾겠다는 교륜의 불타는 의지가 광대한 땅덩이에 소각되고 말았다.
거대한 거인을 앞에 둔 싸움에서 그는 분하지만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장세선의 저택으로 차를 운전하는 내내 교륜은 뒷자리에 앉은 신노를 사이드 미러로 확인하였다. 몸살에 걸린 사람처럼 심장이 아파 왔다. 오랫동안 배신감과 외로움에 시달리며 무감각해진 심장 속 가시가 다시 살 속을 찌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