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 : 사이다녀, 힐링물, 성장물, 잔잔물, 냉정녀, 무심녀, 카리스마녀, 상처남, 집착남, 존댓말남, 순정남, 짝사랑남, 능력녀, 로맨스판타지, 여주판타지, 먼치킨, 우월녀, 뇌섹녀 플레이어 마음대로 캐릭터 배경을 설정할 수 있는 인공 지능 게임, ‘크로니클러’. 나쁜 놈 플레이를 하고 싶었던 나는 이단 심문관이라는 직업을 선택해 천덕꾸러기 취급받던 후작가 영애라는 배경 설정을 넣었다. 그런데... 내가 오체분시 당해서 죽었었다고? 내가 무슨 음모 때문에 집안에서 쫓겨났다고? 내가 쟬 좋아했다고...? 모르는 과거 설정이 튀어나오는 걸로도 모자라 자꾸 질척거리는 주변인들까지. “넌 원래 잔악한 이단 심문관 페일리스가 아니야. 내 유일한 딸. 이브나 라르비크란 말이다.” “이게 두 번째야, 이브. 이제 제대로 기억해 줘.” “......당신의 곁에 있게 해 주시겠습니까.”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해 줄 말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이만 죽어라, 이단자야!” 난 이단 심문관이라는 직업이 만족스러우니까! ▶잠깐 맛보기 “페일리스, 내 심문관. 우리 요새의 창이자 다스의 철퇴여!” “대신관.” “이 미천한 생명들을 다스의 품에 안겨 주겠느냐.” “분부대로.” 철의 가면을 쓴 페일리스가 한 손에 보라색 기운이 흘러나오는 검을 들고 다스의 적들을 도륙하며 다닌 지 1년째. 끔찍한 얼굴을 숨기기 위해 쓰고 다니는 철의 가면 덕분에 ‘철의 이단 심문관’ 혹은 ‘철의 가면 페일리스’라고 암암리에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까? 물론 알고 있었다. 그것도 열성적으로. ‘멋져.’ ‘간지 난다.’ 저 멀리서 누군가가 “저주받을 철의 가면 페일리스!”라며 욕지거리를 하는 걸 듣고는, 페일리스가 차가운 철 가면 속에서 씩 미소를 지었다. ‘크로니클러’ 게임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캐릭터의 배경 설정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나, 그 이후의 여파나 플레이어의 행동으로 벌어지는 상황은 온전히 게임 내에서 자동으로 돌아가게끔, 터치가 불가능하게 만들어진 게임이었다. ‘이단 심문관’이라는 타이틀은 페일리스의 직업을 칭하는 말이었지만 ‘철의 가면 페일리스’는 온전히 페일리스가 그의 플레이로만 얻어 낸 별칭이었다. ‘개 멋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