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나본 적이 있거나 그의 얼굴과 체구를 마주해본 이가 있다면 딱 이거구나 할 제목 속의 ´놈´. 그는 그만큼 사내답고 그만큼 정이 크고 넘치며 그만큼 시의 스케일 또한 넓고도 깊다. 어쩌면 투박하다 할 그의 시가 다 읽고 난 뒤에 호주머니 속 꼬깃꼬깃 적어 넣은 편지처럼 소박하지만 단단한 기쁨으로 느껴지는 건 그가 어루만지는 시의 세계가 인간 사이의 어떤 ´뜨거움´, 어떤 ´결의´, 어떤 ´정의´를 향해 흔들리는 나침반의 바늘같이 미세하나마 정확함을 향해가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 실린 시 또한 대부분이 그렇다.
총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에서 그가 주목한 건 ´찰나´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맺혀 떨어지기 직전, 담겨 건네지기 직전, 흘러넘치기 직전, 끌어안기 직전, 끓어 넘치기 직전, 예컨대 ´싹트기 전날 밤의 완두콩 심장 소리´를 유심히 귀에 담아냈듯이 말이다. 겉으로는 웃지만 속으로는 우는,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예민한 그의 이러한 두 얼굴이 어쩌면 그의 시를 이루는 주요한 정의가 아닐까 싶다.
누구보다 착하게 그는 시를 쓴다. 누구보다 호기롭게 그는 시를 쓴다. 무엇보다 그는 뺏기려고, 주려고 시를 쓴다. 손에 쥔 것이 있다면 탈탈 털어 네게 날아가기를 바라면서 그는 시를 쓴다. 그래서 그는 부자다. 그의 씨앗이 우리 모두에게 가 달라붙었으니 지금도 내 옷자락 끄트머리에서 그의 시가 자란다. 자라고 있다.
1961년 경기 화성에서 태어났다. 1998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 『밥그릇 경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