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은라영. 필요한 건 사회적 능력과 인정뿐, 빛나는 이환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날까지는! “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응?” “괜찮아. 나는 유부남도 아니고 약혼자도 없고, 애인도 없어. 난, 은라영이 마음껏 빨고 싶으면 빨아도 되는 남자야.” 빨긴 뭘 빨아! 그, 이환. 행정학과 90년 역사를 빛내는 지성. 게장과 한약의 유혹에 빠져 자꾸만 나를 집적댄다. “은라영, 기억 안 나?” 환은 비 오는 날 버려진 강아지 같은 표정이었다. 그러지 마, 제발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정말 안 나?” “안 나. 난 몰라, 정말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