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표정 짓지 마. 모르고 시작한 거 아니잖아? 난 분명히 말했어. 너에게. 내가 널 배신한 것처럼 날 보지 말란 말이야.” 그저 그런 여자였다. 모든 것이 적당한. 하지만 웃는 모습이 참 예뻤다. 그 웃음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그 웃음이 그를 두고 떠나간 어머니를 닮아서. 그 해사한 웃음이 다른 곳을 향하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져버렸다. ‘그냥 물어볼래. 꼭 물어볼래. 정말 이렇게 끝내도 그 사람은 아무런 상관없는지.’ 그가 참 좋다. 모든 시선들이 언제나 그를 향해 있을 때, 그녀의 시선도 꽂혔다. 하지만 언제나 그에게 부족하다. 차갑고 도도한 그 남자에게 늘 부족하다. 그토록 사랑했었다. 하지만 이젠 그를 놔야한다. 내 가슴이 찢어지고 모든 것이 한 순간의 꿈만 같다. 그렇게 놔 버린 것이 무엇인지 언젠가는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고는 싶지만, 온몸의 세포가 절규한다. “저예요. 만나고 싶어요. 지금 당장.” 이미 그의 숨결에 갇혀버린 노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