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열쇠 찾아 줬는데…… 술 한 잔 사지 않을래요?” ‘금기의 남자’ 강윤재, 그 남자와의 만남은 정말로 우연이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후회’를 떠올리게 만드는 약혼자 성용으로 인해 점점 더 결혼에 대한 확신을 잃고 있던 그 순간, 잊을 수 없는 그날 밤, 그와의 하룻밤은 결혼을 앞둔 세진에게 그야말로 날벼락이었다. 절대로 돌이킬 수 없는 크나큰 실수, 아니 운명적 하룻밤으로 그녀의 인생은 모든 것이 변해 버리는데……. 뜨거운 키스로 낙인을 찍으며 잔잔하기만 했던 그녀의 인생에 붉은 열섬처럼 어느 날 문득 스며들어 온 남자, 강윤재. 얽히고설킨 과거의 실타래 속에서 두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본문 내용 중에서] “내가 왜 당신과 연락을 하고 만나야 하죠?” “왜냐하면 당신은 그날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으니까요. 또 우리는…… 뜨겁게 밤을 보낸 사이니 당신의 안부가 궁금하기도 하고요.” “그건 실수였어요!” “어, 저는 실수가 아니었어요. 말했듯이 나는 당신과 진심으로 만나고 싶어요.” “안 돼요…… 나는 당신과 만날 수 없어요.” 윤재는 긴장한 얼굴이었다. “왜요?” “당신과 그 일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으니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이유를 들은 윤재는 어쩐 일인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세진은 발끈했다. 아무래도 이 상황을 고민하는 건 그녀뿐인 것 같았다. “당신은 그 일이 아무렇지도 않은가 보죠? 평소에도 그런 일들이 자주 있었나 봐요?” 윤재는 자신을 빤히 보며 시험하는 세진의 물음에 빙그레 웃으며 답변했다. “천만에요. 나도 그런 일은 처음이었어요. 당신은 그날 정말이지…… 도저히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유혹적이었어요. 아마 수십 년간 수련한 성자라도 당신의 유혹을 이겨내지는 못했을 거예요.” 세진은 볼을 붉혔다. 그녀는 부끄러웠지만 그의 말이 이상하게 위로가 되었다. 뭔가에 홀린 듯 미친 짓을 한 건 그녀뿐만이 아닌 것이다. “아무튼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니 나는 당신의 거절을 거부하겠어요. 난 여전히 당신과 만나고 싶어요.” 세진은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는 윤재에게 콧방귀를 뀌었다. “남이야 눈에서 피눈물이 나든 말든 상관없다는 건가요?” 윤재는 어림없다는 얼굴이었다. “내가 그걸 왜 책임져야 하죠? 당신이 내게 온다면 그건 그 남자가 무능해서지 내가 강제해서가 아니에요. 사내놈이 얼마나 멍청하면 당신 같은 여자를 혼자 내버려 두고 맘 편히 있을 생각을 했는지 아직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라고요.” 세진은 약이 올랐다. “나 같은 여자?” “당신은 피가 뜨거운 여자예요. 그런 여자를 약혼한 지 1년이 넘도록 처녀로 있게 한 게 멍청한 짓이 아니면 대체 뭐라고 해야 하나요?” 그녀는 목이 졸리는 듯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닥쳐요!” 윤재는 토마토처럼 새빨개진 세진을 사랑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싱긋 웃었다. “그날 밤은 이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았잖아요.” 세진은 몸 둘 바를 몰랐다. 윤재는 점점 더 은근해졌다. “결정적일 때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당신은 정말이지 너무너무 열정적이고 불같았어요……!” “아, 제발! 그 입 다물지 못해욧!” 세진은 그대로 재가 될 것만 같았다. 이제 윤재는 흥분한 세진을 달래려는 듯 짐짓 너그러운 표정을 하고 멋대로 마무리를 했다. “당신이 파혼의 귀책 사유자가 되어 책임을 지겠다면 그렇게 해요. 양심의 가책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면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으니까.” 세진은 그를 올려다보며 숨을 헐떡였다. “내가 당신의 호의를 망설이는 건 그 이유 때문만이 아니에요!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라요. 당신이 누군지 이름 석 자밖에 알지 못한다고요. 봐요, 당신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게 대체 뭐가 있죠?” 윤재는 명랑하게 대꾸했다. “당신의 홀딱 벗은 몸이 우주에서 최고로 예쁘다는 거요, 그리고 우리 둘의 속궁합이 너무 너무 끝내 준다는 사실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