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둘이 함께 앓고 있는 이 병(病)의 이름. 무어라 이름 붙일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 다른 남자의 약혼녀와 그 여자를 사랑한다 말하는 남자가 함께하는 이 시간. 이 일은 지상의 언어로는 이름 붙일 수 없다. 입에 담을 수도 없고 담아서는 안 되는 금단. 여자, 그리고 남자. 뻔히 손이 델 줄 알면서도 활활 타는 숯덩이를 집고야 말았다. “사랑하지 말라고 말하지는 마! 이미 숨 쉬는 일이 돼버렸어.” “하, 하지만 세후 씨.” “지독히 이기적이고 싶다. 무작정 빼앗아버리고 싶어. 빌어먹을 김한에게서 빼앗아 나만의 여자로 만들고 싶다. 나만 바라보고 나만 사랑하게. 하지만 그러면 울겠지? 괴롭고 아파서 네가 울겠지?” 세후가 그녀를 다다미 위에 부드럽게 눕히고는 깊고 농밀한 키스를 시작한 것도 바로 그때였다. 이마와 콧날을 스쳐 입술위로 미끄러진 키스. 뜨겁고도 정열적인 입맞춤은 불에 덴 상처처럼 다은의 영혼에 흔적을 남겼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화상(火傷).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흐른다 해도 영혼과 육신에 세후가 새겨 놓은 이 뜨겁고도 달콤한 사랑의 상처는 지우지 못하리라. “아, 제발…… 세, 세후 씨. 안 돼요.” “쉿! 그냥, 받아들여요. 우리 사이에서 반드시 일어나야 할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