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누나 좋아해. 정말 많이 좋아해. 내가 죽어도 좋을 만큼.” 곱단이 눈을 질끈 감았다. 사실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모를 수가 없었다. 상남과의 결혼을 결정했을 때부터 해인의 태도가 눈에 띄게 변했으니까. “구해인. 너 지금 취했어.” “처음부터 지금까지 난 항상 누나였어.” “그만해.” 곱단이 주먹을 꽉 쥐었다. 친동생과 다름없던 해인이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누나. 우리 이제 그만 보자. 이 말 하러 왔어. 나, 누나 결혼식도 안 갈 거야.”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행복해야해.” 해인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빗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4년 후, 이혼녀가 된 곱단의 앞에 해인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