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런 대공을 죽여줘요.”
이사벨은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분명 저 고객께서 말한 의뢰 대상이 살인귀라 불리는 데런 대공을 말한 거 맞지?
아무리 잘나가는 자객이라 한들, 이사벨 역시 지키는 선이 있었다.
더 생각도 없이 거절하려 했지만, 저 손님께서 대가로 내놓은 것은 단순한 돈이 아닌 그 이상이었다.
“귀족이 되길 원한다 들었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당신이 작위를 받을 수 있게.”
이사벨은 결국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신분이 확실히 보장되는 순간, 그녀는 동생과 같이 살 수 있었으니까.
* * *
그렇게 이사벨은 전장귀, 살인귀라 불리는 대공을 성공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대공저로 여러 여인들과 함께 밤 시중을 들 시녀로 잠입한다.
…그런데 대공이 왜 날 선택한 거지?
쇄골을 더듬던 대공의 입술은 점차 내려가고 있었다. 그 아찔함에 이사벨이 저도 모르게 나오려는 신음을 억지로 참았다.
“숨은 쉬어야지.”
대공의 손에 찬찬히 이사벨이 입술이 벌어진다. 대공은 한 손으론 이사벨의 입 안을 휘젓고, 다른 한 손으론 여인의 봉긋 솟아오른 가슴을 넘치도록 쥐었다.
“흐, 흐아, 흐읍!”
오랫동안 굶은 짐승처럼 자신을 핥는 대공을 보며 이사벨은 생각했다.
‘왜 하필 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