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선생님…” “왜요? 무슨 문제 있습니까?” 해주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모든 것을 체념한 듯 그에게 물었다. “여자의 거기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되나요?” “거기라면?” 창피한 질문이었지만, 마취가 풀리기 전에 이 원초적인 질문을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정신이 들면 누구에게도 물어보지 못할 질문. 물론 담당 의사는 내과 전문의겠지만. “여자 생식기… 거기…” “거기 어디요?” 정확히 대답하라는데 부끄러워서 더 눈을 뜨지 못한 해주. 한동안 의사는 대답을 않고 서 있더니, “퇴화가 될 만큼인가요?” “네?” “그럼 확인해 보면 되겠네.” * * * “이번에 확실히 차이를 알게 됐어. 이렇게 나한테 보여만 주면 성희롱인 거고!” 내가 보여 준 게 아니라 네가 벗긴 거잖아, 변태 놈아! 해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다시 옷을 고쳐 입으려는데 그가 아예 물이 쏟아지는 샤워부스 안으로 들어왔다. 그의 옷도 뜨거운 물로 어느새 젖고 있었다. “왜, 왜 들어와요? 젖잖아요! 한 번만 더 나 건드리면…” 그가 순식간에 해주의 팔에 주사기를 뽑았다. “앗!” 당황스러운 그의 행동에 해주는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두근거렸다. 주사기를 뽑은 그가 샤워부스 벽에 그녀를 기대 세워 자신의 팔 안으로 가두었다. 둘은 잠깐의 시간에 샤워기에 충분히 젖었다. 놀란 해주의 눈과 그녀를 큰 키로 내려다보는 그의 눈이 한참을 마주쳤다. “이렇게 만지면 성추행인 거지?” “네?” 그녀를 잘 아는 것처럼 거침없이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