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아내로 사는 게 불행해요.” 강한 펀치로 뒤통수를 맞아도 이보다 놀랍지는 않을 듯했다. 기준은 일시 정지된 머릿속을 빠르게 재생했다. 같이 사는 동안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까지 지으며 불행하다 말하고 있었다. “당신과 살아보니 알겠더라고요. 너무 잘난 남자를 남편으로 두고 살면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요.” “고작 그런 이유로 날 떠났다는 건가?” “그래요. 몰랐던 것을 알고 나니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러니까 놔줘요. 당신은 나 없이도 잘살고 있잖아요.” 그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나 보다. 아주 잘살고 있는 것처럼. 하지만 기준은 그녀가 사라진 이후로 단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었다. 미소조차 지어본 적이 없었다. 수천 가지 생각들로 괴로웠고, 수만 가지 걱정들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런데 잘살고 있다고? 천만의 말씀. 그녀는 저와 사는 게 불행하다지만 그는 그녀가 곁에 없던 시간이 지옥이고 고통이었다. 그런데 이혼이라니.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그 말에 순순히 응해 줄 남자가 어디 있다고. 차라리 부숴버린다면 모를까. “정말 이혼을 원하나?” “네, 원해요.” “좋아. 1년. 딱 그 시간만 아내로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