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할 거야, 말 거야?” “안 할래요.” “왜?” “키스를 너무 잘해서요.” “……뭐?” “한 번 하고 나면 제가 아주 엿같이 달라붙을 것 같거든요.” 지긋지긋한 가난,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보다 더 싫었던 건 남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며 자신까지 외면한 엄마였다. 사랑이란 거 그게 그렇게 대단한 건가? 사랑 같은 거, 남자 같은 거 난 믿지 않는다. 그러니까 장신우…… 더 이상 날 흔들지 말고 제발 내 인생에서 사라져 줘! 돈 많은 집안의 막내, 웬만한 연예인 기죽이는 외모 덕분에 여자는 질리게 만나 왔다. 아니, 지금도 손만 내밀면 여기저기서 안아 달라고 난리들이다. 그래서 여자가, 사랑이 제일 쉬운 줄 알았다. 그런데 가진 거라곤 몸뚱이와 자존심밖에 없는 이 여자 황지연은 내가 알던 여자, 사랑, 아니 모든 것을 뒤집어 놓기 시작했다! 사랑이 두려운 여자와 사랑을 가벼이 여기는 남자 그저 계산된 관계라고 부정했던 둘의 사랑은 이미 시작되어 있었다. [본문 내용 중에서] “이러지 마요.” “왜, 돈 줬잖아?” ‘돈 줬잖아’라고 말하며 거침없이 티셔츠와 브래지어를 올리는 그 때문에 화들짝 놀란 몸이 흠칫 떨렸다. “돌려줄게요…….” 돌려준다고 빠르게 말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녀에게 욕정을 품은 그의 눈빛에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욕망. 덫에 사로잡혀 버린 짐승처럼 그녀를 옭아매는 뜨거운 검은 눈동자를 홀린 듯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이는 그 때문에 결국 몸을 떨고 말았다. 습도 높은 숨결이 닿자마자 삼켜지는 가슴에, 온몸을 휘감는 충격에 그녀는 얼어붙어 버렸다. 말도 안 돼. 작은 살덩이를 한입에 삼킬 듯 쭉 빨아들였다가 이내 정점을 잘근잘근 씹는 행위에 그만 마비되고 말았다. 돈 주고 산 가슴을 제 것처럼 맘껏 맛보고 가지고 노는 남자. “앗읏! 읏……! 으읏!” 아니, 미친 듯이 아니, 게걸스럽게 가슴을 탐하고 있었다. 물고 씹어 대다가 내뱉다가 혀로 감싸며 축축한 입 안으로 쭉쭉 빨아들이는 그 때문에 그녀는 고개를 흔들며 흐느낄 수밖에 없었다. 점점 희뿌옇게 흐릿해져 가는 눈앞과 달리 점점 더 선명해지는 몸의 감각을 견딜 수 없어 눈을 감아 버렸다. 그러자 그가 템포를 늦추며 곤두선 정점을 개처럼 할짝할짝 핥았다. 그것도 모자라 핥으면서 다른 쪽 가슴의 유두를 손가락으로 튕기며 돌렸다가 꾹 누르며 비비고 꼬집으면서 사정없이 괴롭혔다. 츱, 츠릅, 츠으읍. 오싹오싹한 떨림이 전신을 타고 흘렀다. 아가리 벌린 상어 입 속으로 우둑우둑 삼켜지는 것처럼 그녀는 무서운 쾌감에 완전히 잡아먹힐 것만 같았다. “흐응, 으응, 흐으응…….” 처음엔 새된 소리가 나오다가 시간이 흐르자 쾌락에 허물어지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말했잖아, 나 잘한다고…….” 간헐적으로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자극되는지 그가 거침없이 혀와 손가락을 놀리며 말했다. “어때, 기분 좋지? 나 끝내 주지?” 자만, 교만, 오만이 똘똘 뭉친 목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오자 그녀는 인정하기 싫어 떨리는 손으로 입을 막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허리가 절로 구부러지고 몸이 부들부들 떨려서 절망스럽게도 그녀가 느끼는 감각을 그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고 말았다. “그, 그만…….” “왜 그만해? 좋으면서.” “……날 좋아하지도 않잖아요.” 머릿속이 하얗게 텅 비어져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면서 그녀는 본능적으로 말했다. 제발 그만두라고. “그래, 안 좋아해.” 어느 순간부터 가슴 한복판에 박힌 못은 점점 더 크기를 키우는 것 같았다. 그가 모질게 말할 때마다 고통의 강도도 세졌다. “근데 왜?” 돈까지 주면서까지 왜? “그러게…… 이런 걸 빨면서도 욕정을 느끼는 내가 미쳤지. 미친놈이지……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