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얼굴로 지나가다

· 민음의 시 Livre 286 ·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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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라는 피안,

외지의 밤을 걷는 고행자의 기도

오정국 시인의 신작 시집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가 민음의 시 286번으로 출간되었다. 가볍고 투명한 물에 대비해 아래로 무겁게 가라앉는 진흙의 이미지에서 실존의 형상을 구하려 했던 『파묻힌 얼굴』(2011)과 세계와의 갈등에서 벗어날 수 없으나 맹목을 통해 생존 본능을 찾아보고자 했던 『눈먼 자의 동쪽』(2016)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다. 이번 시집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는 삶의 역동성 다음에 찾아오는 존재의 텅 빈 상태인 ‘허무’를 재의 이미지로 형상화해 영원에 도달하려 한다.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의 처음과 끝에는 두 개의 사막이 펼쳐져 있다. 오이디푸스가 울부짖고 있는 붉은 사막과 고행자가 묵묵히 걷고 있는 빛바랜 사막이 그것이다. 스스로의 눈을 찌를 정도로 자신의 운명에 괴로워하는 자와 운명의 고통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묵묵히 사막을 걷는 자, 운명에 대해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인물의 모습은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에서 한 사람의 생인 듯 하나로 꿰어진다.

시인은 철 가면을 손에 든 오이디푸스가 아닌, 하얀 재로 뒤덮인 고행자의 얼굴이 바로 ‘나의 얼굴’이라고 말한다. 현실과 이상이라는 낙차, 황폐한 도시와 돌아갈 수 없는 자연 사이의 공백, 그곳에서 배회하는 실존적 자아에 오랜 시력을 다해 골몰해 온 시인의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인은 이제 자신의 얼굴을 하얗게 뒤덮은 재가 수많은 이들의 기도와 눈물이라는 것을 알고 받아들인다. 그들의 기도를 함께 읊조리며 평화와 고요의 세계를 찾는다. 영원히 머물 순 없지만, 잠시나마 영혼이 짊어진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는 피안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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À propos de l'auteur

오정국

1956년 경북 영양에서 태어났다. 1988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저녁이면 블랙홀 속으로』 『모래무덤』 『내가 밀어낸 물결』 『멀리서 오는 것들』 『파묻힌 얼굴』 『눈먼 자의 동쪽』, 시론집 『현대시 창작시론 : 보들레르에서 네루다까지』 『야생의 시학』이 있다. 지훈문학상, 이형기문학상, 경북예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한서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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