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수현이 입을 떼자
화기애애하게 이야기하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귀신같이 위기의 순간을 직감한 조원들은 슬금슬금 눈을 피했다.
수현은 직감적으로 자신에게 위기가 닥쳤음을 깨달았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회피할 수 없는 위기가 종종 오곤 한다.
마치, 지금처럼.
“……저기 누구 조장하실 분?”
그리고 그러한 위기를 맞이할 때는 늘 혼자다.
불현듯 며칠 전 SNS에서 읽은 유머 글을 떠올렸다.
마밀라피나타파이.(Mamihlapinatapai.)
칠레 남부 티에라델푸에고 지역의 야간(Yaghan)족 원주민들이 쓰는 명사.
꼭 필요한 것이면서도 자신은 굳이 하고 싶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해서
상대방이 자원해 주기를 바라며 두 사람 사이에 조용하고 긴급하게 오가는 미묘한 눈빛.
‘조별 과제를 가리키는 말.jpg’이라는 게시물의 제목이 찰떡같이 어울린다며
친구와 떠들던 게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그 유머 글이 오늘의 대재앙을 예고하는 전주곡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깔깔, 웃어넘긴 바보였다.
여섯 개의 눈동자가 합이라도 맞춘 듯 쏟아졌다.
“……어, 저기.”
수현은 쏟아지는 시선을 감당하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제가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