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좀 보자.” 제 앞에 선 상대는 찬도 소문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상대였다. 경호학과 단우현. 태권도에 유도, 합기도를 합쳐서 10단이랬나. 거기다 잘생긴 얼굴까지 갖춰 더 유명했다. “혹시 지금 사귀는 사람 있냐?” 상대는 단우현이었다. 예원을 비롯한 체대 여학생들은 물론이고, 타 학과에서도 종종 회자되곤 한다는 그 단우현. 그 단우현이 지금 생면부지인 저를 순정만화의 한 장면처럼 대뜸 학교 뒤로 불러내선 금방이라도 고백할 것 같은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우쭐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그럼 나랑…….” 사귀자? 사귈래? 찬은 지금 이 장면을 영상으로 찍어 예원에게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 이걸로 몇 개월은 놀려 먹을 수 있겠단 생각에 저도 모르게 슬며시 퍼지려는 웃음을 꾹 참기 급급했다. “사귀는 척 좀 하자.” 어차피 제가 게이라는 소문은 전교에 나 있는 상태였으니, 사실 찬의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일상이 지루하고 무료했는데, 덕분에 아주 재미있어질 것 같았다. 찬은 우현의 입술 옆, 정확히는 입 꼬리 부분에 제 입술을 꾹 눌렀다 뗐다. 놀랐는지 눈이 커진 우현의 얼굴을 보곤 눈을 휘어 웃은 찬이 속삭였다. “잘 해 보자, 자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