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아버지의 빚으로 피폐한 생활을 해야 했던 소혜에게 3년간 상사로 모신 강준의 제안은 무척이나 달콤했다. “임 비서님은 돈이 필요하시고 저는 제 아내 역할을 해 줄 여자가 필요합니다. 필요한 돈을 드릴 테니, 제 아내가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거절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시죠. 임 비서님, 똑똑하고 현실적인 분이시잖아요.” 첫 거절은 결국, 벼랑 끝으로 몰린 소혜의 마지막 동아줄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버석한 결혼 생활. 하지만 1년이 지나 이혼 후, 다시 찾아온 그는 전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진짜 불행해지고 싶지 않다면, 내가 하는 제안 받아들여야 할 거예요. 이번엔 아이를 낳아 줄 여자가 필요해요.” “……무슨, 지금 협박하는 거예요?” “네. 협박하는 겁니다. 부디 한 번에 할 때, 먹히길 바라며.” 그러던 중 일어난 사고로 인해, 그간의 기억이 모두 휘발되고 만 소혜인데. 잃어버린 기억 사이사이, 강준을 향해서 외치는 제 모습에 괴리감을 느끼고. ‘당신이 이렇게까지 개새끼일 줄은 몰랐네요.’ 사라진 1년이란 시간 속에, 그는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