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이상〉 수황제, 그의 핏빛 복수. 잃어버린 8년 세월의 단죄를 위해 궁주와 영애들이 입궁한 그 밤, 목이 베인다. “주왕의 궁주는 까막새였구나.” 황제의 칼끝이 지그시 목에 닿았다. 뜨거운 피가 앞섶을 적시며 가슴 골짜기 안으로 파고드는 것이 느껴졌다. “과인은 인내가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단 한 번만 묻겠다. 넌, 누구냐.” “주왕부의 궁주……화경이라……하옵니다.” 그러자 칼끝이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과인에겐 인내가 없다 하지 않았더냐. 비록 변방이라 하나 주왕부는 주변국에 군마를 교역하고 황도에 군마를 조달하는 곳이다. 주왕부의 살림 규모가 황도의 귀족 못지않음을 과인이 잘 알건만, 그런데도 얼굴에 버짐이 피고 까막새처럼 퍼석한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주왕부의 궁주란 말이더냐!” 그러자 방안의 모든 이가 놀랐다. 심지어 모란조차 놀라고 말았다. 나른하고 무심한 듯 살펴보던 그가 그리 예리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과인을 능멸하지 말라.” 정경하의 로맨스 장편 소설 『모란 (19금)』 제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