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그렇듯 정략결혼을 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었건만, 남편의 정부에 의해 살해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눈을 떠 보니 결혼하기 두 달 전으로 돌아왔다.
결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아무것도 바꿀 수 없기에 체념했지만.
“너와 아디스 소후작의 결혼이 취소될 예정이란다.”
“네……?”
급작스럽게 파혼 통보가 오더니, 곧이어 또 다른 이와의 혼담이 오간다.
“약혼자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사이 또 용기 있는 누군가가 나타날까
두려운 마음에 대뜸 사고부터 쳤습니다. 부끄럽게도 나이가 좀 있는 편이라.”
황제의 유일한 동복형제이자 대마법사, 그리고 전쟁 영웅인 루카스 브라이언트.
지위부터 재력까지 완벽한 그가 제게 절절매는 이유를 알 수 없어 로잘린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황제 폐하께 받은 제 성과 제 몸속에 흐르는 마나에 맹세합니다.
당신께 신의와 정절을 지키겠습니다. 부디, 저와 결혼해 주십시오.”
“기꺼이. 청혼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로잘린은 결국 남자의 떨리는 손끝을, 자존심을 내려놓은 채 수많은 사람 앞에서
비굴한 자세로 결혼을 갈구하는 남자의 태도를 믿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