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게 없는 사람이라도 그날만큼은 절로 어떠한 기대가 날 정도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날이었다.
분명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 그렇게 믿고 웃으며 평소보다 더 반갑게 맞이한 그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누군가를 잃었었다.
소중한 이의 죽음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고 이제 나밖에 기억하지 않게 되었을 때였다.
지금 내 앞에 흩날리고 있는 푸른 물결이 무척이나 낯익다.
그 물결이 감싸고 있는 투명하리만치 새하얀 얼굴은 그 이상으로 내게 익숙하게 다가왔다.
“……엘.”
처음엔 그저 싫기만 하던 그였다.
그런 그가 조금씩, 나와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푸른 소나무 향이 코끝으로 퍼졌다.
바다의 한 가운데를 연상케 하는 눈동자가 나를 담아낸 채로, 느릿하게 내 이름을 읊었다. 입을 통해 흘러나온 음성은 그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목소리였다.
단 한 마디였을 뿐인데도, 안심이 될 정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