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6년차 경리 재희는 평범의 기준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는 무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여자였다. 하지만 그녀에겐 뜨겁진 않아도 따듯한, 미래를 함께할 남자친구가 있었다. 발에 익은 편안한 단화처럼 그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옆에 있어줄 거라 생각했던 남자였건만, 그랬던 그가 말했다.
“우리 헤어지자.”
바람난 남자친구와의 결별 이후 죽고 싶었다. 그랬기에 자살 시도를 했고, 두 번 다시 이 세상을 살고 싶지 않다 생각했다. 하지만 목숨을 버린 그녀 앞엔 저승사자도, 그렇다고 사람도 아닌 남자가 서류를 들며 비웃음을 짓고 있었다.
“정신도 멀쩡하고 마인드도 회복 가능한 것 같고. 아직 젊고 직장도 있고 가족, 친구도 있고. 이 정도면 죽음이 절박하다곤 보기 힘들지. 꿈에서 깨면 무모한 짓 두 번 다신 벌이지 말아요. 오늘은 곱게 돌려 보내줄 테니까.”
그는 ‘사망신고서’라고 적힌 서류에 도장을 쾅 찍었다. 그의 손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REJECT’라는 붉은 글씨가 또렷이 보였다.
한낱 꿈이라 생각했지만, 사망심사관이라 자신을 소개한 남자는 다른 사람의 눈엔 보이지 않고 계속 그녀의 옆에서 머뭇거린다. 그의 존재를 무시하자 다짐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재희의 마음속엔 사망심사관인 그가 다가오는데…….
이별을 한 자들만 알 수 있는 절절한 사랑이야기, <실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