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하자마자 세계 출판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던 『네버무어』는 출간 직후 39개국과 계약을 맺은 화제작이었다. 게다가 각종 출판상을 수상하고 다수의 매체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며 2018년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손꼽혔다. 20세기 폭스사는 발 빠르게 영화화를 결정했으며, <마션>으로 오스카 각본상 후보에 올랐던 드류 고다드가 각색과 제작을 맡기까지 했다.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인 화제를 불러 모으며 출간과 동시에 완성도를 검증받은 것이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뒤 후속편인 『원더스미스』가 출간되었다.
『원더스미스』는 엄청난 기대와 부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무사히 현실 세계에 안착했다. 『네버무어』에 이어 또다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흥미진진한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는 지금도 아마존, 북셀러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고 있으며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호주 출판 산업상을 수상하였다.
여전히 흥미로운 마법의 도시 네버무어는 더욱더 놀랍고 예기치 못한 모습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전작과 비교해도 전혀 부족하지 않은, 아니 어쩌면 더 나아간 『원더스미스』의 세계관과 이야기의 힘은 『네버무어』의 성공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한다. 이 새로운 시리즈는 아마도 머지않아 판타지 소설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판타지의 세계가 이야기의 힘을 얻었을 때
판타지 소설이 마땅히 가져야 할 가장 큰 미덕은 독특한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원더스미스』는 그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해냈다. 타운센드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세계를 『네버무어』에서 살짝 엿봤다면, 『원더스미스』에서는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곳곳을 살펴볼 수 있다.
『네버무어』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쉬움을 느꼈던 독자들은 모리건과 주피터가 브롤리 레일에서 뛰어내리는 첫 장면부터 순식간에 빠져들 것이다. 『원더스미스』는 기대에 부응하듯 네버무어의 다양한 모습과 원드러스협회 회원이 누릴 수 있는 갖가지 특권을 흥미롭게 보여 주면서 저주받은 운명에서 벗어난 모리건의 새로운 앞날을 예고한다. 『네버무어』에서 스쳐 지나갔던 도시 곳곳을 본격적으로 탐험하기도 하는데, 네버무어에는 마음대로 모양을 바꾸거나 뭔지 알 수 없는 함정을 심어 놓은 재밌고 위험한 골목이 여기저기에 숨어 있다. 소문만 무성했던 네버무어 바자 또한 드디어 공개된다. 마법의 힘으로 공간을 마음껏 확장하면서 수많은 즐길 거리를 선보이는 이 놀라운 축제는 작가인 타운센드마저도 직접 가 보고 싶다고 말하는 곳이다. 또한, 전편을 읽는 내내 가장 궁금했던 모리건의 비기가 베일을 벗는다. 표제가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원더스미스가 지닌 능력의 실체가 드디어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시리즈의 진정한 매력은 아기자기한 설정과 놀라운 세계관을 뛰어넘는 이야기의 힘이다. 불시에 새로운 사건이 벌어지고, 그것은 또 다른 암시를 낳으며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탄탄한 세계관이 그보다 더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만났을 때 얼마나 큰 즐거움을 가져오는지 『원더스미스』를 통해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해진 입체적 등장인물
『원더스미스』에서 모리건은 좀 더 주도권을 발휘하며 주인공다운 면모를 보인다. 네버무어라는 알 수 없는 도시에 와서 평가전을 치르고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던 전편과는 달리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기 위해 애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던 그 모리건 크로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불안하고 우울하며 늘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엉뚱하고 종종 대범한 짓을 저지르는 작고 어린 여자아이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강한 원더스미스의 재능을 타고났으면서도 그로 인해 불행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모리건의 성장을 더욱 응원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원더스미스』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 중 하나는 새롭고 흥미로운 인물이 한꺼번에 등장한다는 점이다. 바로 모리건이 협회에 들어가서 만나게 되는 동기들이다. 전편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던 모리건의 유일한 친구이자 용타기 기수인 호손과 최면술로 사람들을 마음껏 조종하는 케이든스를 비롯해 예지력을 가지고 있는 램버스, 천상의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프랜시스, 눈을 감고도 수술을 할 수 있는 힐러 아나, 승부욕 넘치는 파이터 타데 등 다양한 능력을 갖춘 아이들이 한데 모여 흥미진진함을 더한다.
한편, 모리건의 새로운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호텔 듀칼리온 식구들은 여전하다. 주피터는 변함없이 모리건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는 흔치 않은 정의로운 어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까칠하고 도도한 잿빛 고양이 피네스트라의 독설도 그대로다. 『네버무어』에서 모리건과 앙숙이었던 잭은 때로는 유치하고 때로는 의젓한 오빠처럼 모리건을 보살피며 조금 성숙해졌다.
이 밖에도 협회에서 새롭게 만나는 교사들을 포함해 커다란 존재감을 가진 독특한 캐릭터들이 『원더스미스』 안에 가득하다. 외모부터 성격까지 어느 하나 범상치 않은 인물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모두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편견과 차별을 딛고 날아오르는 경쾌한 투쟁기
『원더스미스』는 줄거리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다. 하지만 그 아래에 깔린 주제와 섬세하게 쌓아 올린 설정을 되짚어 보면 더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이 소설은 모리건 크로우라는 주인공의 흥미진진한 모험담이지만, 그 이면은 편견과 차별에 대항하는 작고 어린 소녀의 투쟁기이기도 하다. 타운센드는 타고난 모습 때문에 차별을 받는 일이 얼마나 부당한지에 대해 전혀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편견에 저항하면서 고정관념을 가뿐하게 뛰어넘고 선입견을 유쾌하게 깨부수며 나아가는 이야기는 재미를 넘어 묘한 쾌감을 준다.
편견과 차별을 다루는 작가의 관점과 소신은 작품 곳곳에 숨겨 둔 설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타운센드는 역할에 부여되는 선입견을 비틀면서 캐릭터를 구축한다. 호손에 이어 모리건의 새로운 절친이 될 것 같은 케이든스는 그 누구보다 뒤틀린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사랑스러운 외모의 아칸은 소매치기라는 다소 비열한 비기를 가지고 있다. 협회의 존경받는 교수는 그 누구보다 가혹하고, 천사라 불리는 주피터의 친구는 천사라는 별칭에 걸맞지 않게 지저분하고 게으르다. 심지어 현존하는 가장 사악한 존재라는 에즈라 스콜마저 모리건에게 뜻하지 않은 도움을 손길을 내민다.
또한, 그동안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주로 남성으로 설정되었던 힘이 세거나 괴팍한 매력을 가진 캐릭터를 여성으로 바꾸어 현실 사회의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꼬아 버린다. 남자와 여자,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인간과 동물, 존경받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강한 사람과 약한 사람의 경계를 전복시키면서 이야기의 흐름을 예측할 수 없게 하고 긴장감을 추가하는 솜씨가 매우 탁월하다.
사실, 이런저런 복잡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불행했던 어린 소녀가 편견과 차별을 딛고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그냥 퍽 감동적이다. 이런 이야기에 끌리지 않는 사람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Arachne Publishing Company'
제시카 타운센드는 호주 선샤인코스트 출신으로, 네 살 때부터 언니를 따라 책을 읽기 시작했다. “집에서도, 학교 가는 차 안에서도, 심지어 차에서 내려 길을 걸을 때조차도 책에 코를 박고 다녀 늘 엄마에게 걱정을 끼치는 아이였다”고 한다.
작가가 되기 전에는 8년 동안 카피라이터로 일했으며, 그 이전에는 호주동물원에서 발행하는 어린이 야생동물 잡지의 편집자였다. 지금은 『네버무어』의 성공으로 전업 작가가 되었다.
타운센드는 현재 선샤인코스트에 거주하고 있지만, 런던에서도 몇 년간 생활했다. 런던은 타운센드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자, 『네버무어』 시리즈에 많은 영감을 준 곳이다.
『네버무어』는 타운센드가 10년에 걸쳐 집필한 첫 번째 소설이며, 『원더스미스』는 그 두 번째 이야기이다. 앞으로도 시리즈는 더 이어질 예정이다.
『네버무어』와 『원더스미스』는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으며, ‘아마존’을 비롯한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히는 등 작품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20세기 폭스사가 영화화를 결정했으며, <마션>을 각색한 드류 고다드가 각색 및 제작을 담당한다.
현직 번역가이지만 여전히 번역가가 되는 게 꿈인 소심한 이상주의자. 실현 불가능하더라도 꿈이 있다면 자신을 던져 봐야 한다는 신념 덕에 길고 긴 시간을 돌아 어릴 적 꿈이었던 번역에 입문했다. 영어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공감과 몰입에 능하며 꼬리가 긴 사색을 즐기기에 이 일이 천직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옮긴 책으로는 『네버무어』 『크리에이티브』 『빨강머리 앤』 『자기만의 방』 『젊은 소설가의 고백』 『슬픔을 파는 아이들』 『머신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