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담의 공리설이 자유방임을 옹호하기 위한 윤리설이었던 것처럼, 밀도 일차적으로는 자유방임의 정치 이념에 따른다. ≪정치경제학 원론(Principle of Political Economy)≫에서 밀은 자유방임, 즉 무간섭의 원리를 다음과 같은 논거를 들어 정당화하고 있다. 첫째, 정부의 간섭은 개인의 창의력을 질식시키고 인간의 성장을 저해한다. 둘째, 간섭의 확장은 국가권력을 증대시켜 전제정치로 타락하기 쉽다. 셋째, 정부가 과다한 직능을 장악하는 것은 노동 분배의 원리에 위배된다. 넷째, 관리는 직무에 직접 이해관계가 없으므로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 다섯째, 각 개인의 성격 단련을 위해 개인의 활동 범위가 확장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밀이 자유방임을 지지하는 이유다.
이와 같이 밀은 개인주의의 신봉자이지만, 공리주의에서 동감, 자애와 같은 사회화의 원리를 적극 옹호함으로써, 사회주의에 관해서도 사심 없는 관용을 보인다. 그리하여 ≪자서전(Autobiography)≫에서 밀은 “장래의 사회문제는 최대한의 개인적 행동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생산 원료를 공유하고 협동 노동의 이익을 분배할 때 어떻게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참여시키느냐 하는 것이다”라고 피력하고 있다. 이렇듯 여기서 문제의 관건은 근본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정의, 즉 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문제의식과도 동일한 맥락이다. 밀의 공리설은, 벤담의 공리설과 달리 이른바 신자유주의의 윤리 사상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