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피크 씨네 막내아들은 그저 ‘홍당무’라고만 불린다. 붉은색 머리카락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사랑이라고는 받지 못한 소년이다. 집안에서 그나마 홍당무를 귀여워해 주는 것은 아버지다. 하지만 사업에 바빠 집을 자주 비운다. 위로 형과 누나가 있지만 어둔 밤에 나가 닭장 문을 잠그는 것도, 아버지가 잡아온 자고새의 목을 비틀어 숨통을 끊어 놓는 것도 모두 홍당무 일이다.
어머니가 괜한 트집을 잡아 구박하고 쥐어박기 일쑤지만 홍당무는 그런대로 요령 있게 처신하고 있다. 하지만 아들로서 어머니의 사랑을 요구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이르자 참았던 설움이 폭발한다. “버터 한 근만 사다 주렴.” 어머니의 명령에 홍당무는 난생처음 “싫어”를 외친다. 홍당무의 항거에 어머니는 결국 두 팔을 들고 물러선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그런 평범한 날이었다.
쥘 르나르의 자전적 소설이다. 평범한 가정의 일상을 간결하고 유머러스하게 묘사하며 ‘아동 학대’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소설의 흥행에 힘입어 희곡으로 각색, 공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