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얽힘

· 에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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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떨어? 오랜만에 이렇게 안아 주니까 좋아서 그런 거야?” 예지는 제 아랫배 위로 깍지를 낀 동하의 손을 풀기 위해 그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어 냈다. 하지만……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접착제로 붙여 놓은 것처럼 그의 손이 단단히 깍지를 끼고 있었다. “이거 풀어.” “왜? 난 이렇게 있고 싶은데.” “우리 그런 사이 아니잖아.” “그런 사이는 뭔데? 물고 빠는 사이?” 저질스러운 단어에 예지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외모도 그대로지만 저질스러운 표현도 그대로였다. 그의 목소리가 다시 그녀의 귓전으로 파고들었다. “예전에는 좋아 죽을 것처럼 잘도 물고 빨더니……. 시간이 좀 흘렀다고 벌써 잊은 거야? 그렇게 빨리 잊힐 만큼 작았나?” 예지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어떻게든 지금은 그의 품 안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였다. 하지만 견고하게 쌓아 올린 성처럼 그의 손가락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화가 치밀었지만 혹시나 화를 내면 그를 더 도발하는 꼴이 될 것 같아 예지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거 좀 놔줘.” “싫은데.”

Об авторе

영원히 살 것처럼 꿈을 꾸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고 싶은 철없는 몽상가. 독거노인으로 늙어가는 중,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종종 안드로메다에 다녀오기도 함. ◆ 종이책 출간작 ◆ 전자책 출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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