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을 훤히 들여다보는 낮의 햇살, 그 앞에서 감출 수 없는 것은 침상의 사내와 여인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령은 무원이 그녀의 몸속을 비집고 파고들 때마다 견딜 수 없는 신음을 토해냈다. 그 속에 담겨있는 것은 사내를 알고 있는 여인의 희열이었다. 그러나 몸은 쾌감을 느낄지언정, 그녀의 마음 한 곳은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다른 생각 따위는…… 하지 마라. 지금 그대는 오롯이 내 것이다.” “전하…….” “무원, 그 이름으로 불러. 그대가 그리 부르는 게 좋다.” “하지만…… 하!” 그녀는 무원의 어깨를 바짝 끌어안았다. 온몸을 휘어 감는 지독한 쾌감, 그리고…… 그 와중에도 그녀를 부여잡고 있는 어둠 한 자락. 붉게 물든 신음을 흘리던 하령은 질끈 눈 감아버렸다.